20대 후반의 커리어우먼인 이모 씨는 최근 장만한 아이폰을 볼 때마다 행복감에 빠져든다. 그의 아이폰에는 2000만 원대의 스위스 ‘피아제’ 신상품 시계 화면이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응용프로그램 온라인 상점)에서 무료로 내려받은 이 시계는 시간을 알려줄 뿐 아니라 시계 화면의 오른쪽 버튼을 터치하면 스톱워치도 된다. 손목에 차지 않았을 뿐,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 시계가 이 씨 손안에 있는 셈이다. 그동안 값비싼 피아제를 멀게만 여겼던 이 씨는 이제 아이폰으로 구글 사이트에 접속해 가까운 매장 위치도 검색한다.
럭셔리 업계의 요즘 관심은 온통 ‘실시간 소셜미디어’에 쏠려 있다. 스마트폰,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을 활용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어떻게 끌어 오냐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아이폰 열풍 속에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내려받고, 다시 이를 지인들과 공유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들의 웹사이트에는 ‘t’와 ‘f’란 작은 아이콘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 t는 트위터, f는 페이스북이다. 이 아이콘을 누르면 자동적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연결돼 수많은 미지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버버리의 웹사이트(artofthetrench.com)가 대표적이다.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일반인들의 이미지 파일을 올려놓은 이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클릭하면 각국 사람들이 올려놓은 다양한 평가를 볼 수 있다. 버버리 측은 “소비자 층이 한결 젊어지고, 브랜드 충성도는 높아졌다”고 말했다.
블로거들의 영향력도 갈수록 커진다. ‘돌체앤가바나’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패션쇼의 앞줄 VIP석을 쟁쟁한 스타들 대신 ‘파워 블로거’들로 채웠다. ‘에르메스 코리아’는 지난해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를 활용하는 스타일링 클래스에 파워 블로거 60명을 초대해 이들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을 26만 명이 보는 성과를 거뒀다. ‘프라다’는 웹사이트(prada.com)에 5분짜리 무성 디지털영화를 만들어 올린 뒤 각국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이 영화에 삽입할 배경음악 콘테스트를 열기도 했다.
그동안 서울 강남의 중년여성 고객이 많았던 ‘샤넬’도 지난해 서울시내 호텔에서 열린 패션쇼에 20대 고객을 대거 초대한 데 이어 샤넬 관련 동영상을 아이폰 응용프로그램으로 분주하게 내놓고 있다. 샤넬이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문을 연 샤넬 사이트에는 현재 5만여 명의 ‘샤넬 팬’이 소셜 네트워킹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이 밖에 ‘랄프로렌’ ‘구치’ ‘루이뷔통’ 등이 온라인 공간에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다시 추종자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그동안 소수 부유층끼리만 나누던 럭셔리 패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파되면서 ‘패션의 민주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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