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가전 타격” “찻잔속 태풍 그칠것” 엇갈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4일 03시 00분


■ 한국경제 미치는 영향

中 출구전략 예상보다 빨라
금리인상 논의 활발해질듯

코스피 27.23 하락중국이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을 통해 출구전략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7.23포인트(1.60%) 떨어진 1,671.41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125.50원으로 1.90원 올랐다.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거래를 마친 딜러들이 다소 지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미옥 기자
코스피 27.23 하락
중국이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을 통해 출구전략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7.23포인트(1.60%) 떨어진 1,671.41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125.50원으로 1.90원 올랐다.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거래를 마친 딜러들이 다소 지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미옥 기자
지난해 대규모 내수부양책으로 한국 경제의 회생에 절대적 기여를 했던 중국이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을 통해 예상보다 빨리 출구전략을 가동하면서 새해 한국 경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이번 조치가 출구전략의 핵심인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중국의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 한국 기업들로선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서 고전이 예상된다. 중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명분으로 작용해 출구전략 논의가 국내에서도 다시 점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현 수준의 유동성 환수 조치가 중국 경제의 높은 성장세를 꺾기에는 미약하고, 중국 정부가 지준율과 달리 파급 효과가 큰 금리 인상은 국제 공조를 통해 점진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 중국발 긴축신호, 한국 수출 기업에 악영향

중국에서 날아온 긴축신호는 국내 수출 기업에는 악재(惡材)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국이 한국의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9%로 2위인 유럽연합(EU)의 12.8%에 비해 배 가까이로 크다. 또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 409억8000만 달러(잠정치) 가운데 중국과의 교역에서 올린 흑자는 308억2000만 달러로 75.2%에 이른다.

당장 한국 철강제품의 수출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의 철강제품 수출은 미국(―56.3%), EU(―42.4%), 일본(―37.3%) 등 주요 선진국에서 전년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중국에서는 1.8% 늘었다. 이번 지준율 인상은 중국의 건설 붐을 이끌었던 풍부한 유동성을 축소하는 조치인 데다 이미 중국의 철강산업이 과잉공급 국면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전제품의 지방 보급을 늘리는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과 중소형 자동차 구입 시 세금을 감면해 주는 자동차하향(汽車下鄕) 정책에 힘입어 대(對)중국 수출이 급증했던 액정디바이스(81.5%) 자동차 부품(33.0%) 등도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곽경탁 산은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당초 시장에서는 지준율 인상이 3월 말에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는데 3개월 정도 빨라진 것”이라며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꺾이지 않으면 제2, 제3의 지준율 인상과 함께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중국의 견실한 성장, 한국에 도움 될 수도”

중국의 긴축신호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지준율 인상은 중국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자신감을 배경으로 거품 증세를 보이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의 과열을 방지하려는 것일 뿐 중국의 소비나 투자를 저해할 만한 극약 처방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경원 CJ경영연구소장은 “지금까지의 유동성 환수 조치는 이미 예견됐던 것이고 그 강도도 올해 9∼10%로 예상되는 중국 경제의 높은 성장세를 꺾진 못할 것”이라며 “중국의 경제성장이 계속되는 한 한국 경제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준율 인상으로 위안화 가치가 장기적으로 높아질 경우 한국 상품을 더 많이 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수출은 중국의 내수보다는 수출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중국의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보이다가 지난해 12월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경기회복세가 빠르게 나타나 국내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증시도 단기적으론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2003, 2004년 중국의 지준율 인상으로 주가가 폭락했던 ‘차이나 쇼크’처럼 큰 충격을 받거나 중장기적 상승 추세가 꺾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편 중국의 긴축신호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진모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에서도 중국과 같이 대출 증가가 꾸준한 데다 과잉유동성 이슈가 도사리고 있다”며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인 호주에 이어 중국도 출구전략을 시작하면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명분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중국의 긴축정책과 국내 기준금리 인상의 연관성은 크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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