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여성 김모 씨는 쇼핑에 나서기 전 늘 스마트 폰을 확인한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가계부 프로그램이 평소 자신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필요한 할인쿠폰을 자동으로 내려받아 놓기 때문이다. 김씨는 백화점에서 할인쿠폰으로 화장품을 사면서 신용카드를 내장한 스마트폰으로 결제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다시 스마트폰을 꺼낸 김 씨. 가계부 프로그램을 켜 아까 구매한 화장품 값이 '미용' 항목에 자동으로 입력된 걸 확인했다. 저축을 좀 더 늘려야겠다고 생각한 김 씨는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은행 적금 상품에 가입했다.
상상에서나 가능하던 금융서비스가 곧 현실로 다가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모바일 뱅킹을 활용한 결제액은 하루 평균 약 1110억 원으로 인터넷 뱅킹(12조 8890억)의 100분의 1 수준이다. 가입방법과 사용방법이 아직 까다로운 탓이다.
하지만 '아이폰(iPhone)'이 불러온 스마트폰 열풍이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금융회사들의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아이폰이 촉발시킨 모바일 뱅킹 전쟁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뱅킹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10일 업계에서 처음으로 아이폰을 통한 모바일뱅킹 서비스 '하나N뱅킹 서비스'를 내놨다. 이 서비스는 현재까지 3만 5000여명이 내려받을 정도로 인기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뱅킹은 은행 계좌 조회와 이체, 대출 등 인터넷 뱅킹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장소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특히 인터넷 검색과 파일 송수신이 가능한 휴대전화라는 특성을 살려 모바일 뱅킹과 함께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할 수 있어 잠재력이 크다.
실제 하나은행은 이달 4일 내놓은 '하나N가계부' 프로그램을 모바일 뱅킹 프로그램과 연동시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모바일 뱅킹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연동해 비슷한 소비패턴이나 관심사를 갖고 있는 이들이 재테크와 관련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을 비롯한 많은 금융 서비스 업체들이 스마트폰 뱅킹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국민·우리·신한 은행 등 17개 은행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 공동서비스를 내놓는 4월이 되면 스마트폰 뱅킹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경호 하나은행 신사업추진본부 차장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뱅킹은 인터넷 뱅킹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 모바일 뱅킹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폰 속으로 들어간 카드
신용카드사들은 모바일카드 서비스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모바일카드는 휴대전화에 내장돼 있는 '유심(USIM)'칩에 신용카드 정보와 개인정보를 저장해 결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 앞으로 출시될 스마트폰은 모두 USIM을 내장하고 있어 모바일카드 서비스가 본격화될 기반을 갖췄다.
모바일카드 서비스는 여러 장의 카드를 사용하는 번거로움 없이 휴대전화만 있으면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휴대전화의 칩 속에서 가장 많이 할인받을 수 있는 카드를 골라 카드결제기에 접촉해 결제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진행 중인 금융거래 보안 표준화 사업이 완료되면 모바일 카드로 은행 거래도 가능해진다. 이르면 올해 안에 은행계좌 정보를 저장한 USIM을 금융자동화기기(CD·ATM)에 대면 통장과 카드 없이도 현금 인출과 계좌 이체를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늑장 보안 대책 우려도 높아
모바일 뱅킹 활성화와 함께 보안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휴대전화라기 보단 컴퓨터에 가까운 스마트폰의 특성상 일반 컴퓨터와 같이 악성코드나 해킹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 실제 네덜란드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모바일 뱅킹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ING그룹의 경우 스마트폰이 해킹당하면서 전자금융보안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스마트폰 관련 보안대책을 내놓았다. 스마트폰 전자금융서비스 가입 시 다단계로 가입자 확인과정을 거치고 현금이체를 할 때 거래인증 방식을 컴퓨터의 인터넷뱅킹과 비슷한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그러나 일부 은행이 스마트폰 뱅킹을 이미 시작한 지난해 12월에서야 관련 팀을 구성해 늑장 대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이렇게 빨리 화두가 될 줄 몰랐다"며 "금융회사와 금융정보보호 전문가들로 구성된 테스크포스(TF) 팀을 상시 운영해 보안 문제를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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