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농축산물 단체와 식품회사, 제약 및 의료기기 회사가 한국시장의 높은 무역장벽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체는 한국 정부의 높은 관세와 까다로운 각종 비관세 장벽을 과감하게 철폐해 줄 것을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요구했다.
미 산업계가 최근 USTR에 제출한 ‘한국의 시장접근장벽 및 불만 의견서’는 다른 나라의 무역장벽 불만 의견서와 함께 취합돼 3월 말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 의회에 ‘2010년 국별 무역장벽보고서’로 만들어져 보고 된다. 그동안 USTR는 미 업계의 불만을 담은 보고서를 기초로 교역상대국에 통상압력을 가해 왔다. 이번에 미국의 60여개 주요 교역대상국과 관련해 의견을 낸 미 업체와 단체는 50개로 104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한국과 관련해 불만을 드러낸 업체 및 단체는 21개였다. 업종별로는 농축산물이 8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식품 5개 △일반 공산품 3개 △제약 및 의료기기 2개 △서비스 2개 △주류 1개 순이었다. 이들은 일부 농산물에 붙는 높은 관세(18∼304%)와 함께 까다로운 위생검역, 식품에 식용색소 사용 금지, 주의 라벨 표시 의무, 중복시험과 인증 요구 및 미흡한 의료보험수가 보상 등 비관세 장벽에 불만이 높았다.
버지니아 주 알링턴에 있는 미국 쌀연합회는 미국산 쌀을 매년 식탁용으로 배정한 의무수입량을 반드시 이행할 것을 요구했으며 예산부족이나 세계 쌀 가격변동을 이유로 연간 일정량을 수입하도록 한 의무량을 반드시 채울 것을 요구했다.
미 서북부 과수(果樹)생산자단체인 노스웨스트과수협회는 사과(관세 45%) 체리(24%) 배(45%)에 대한 높은 관세를 철폐하라고 요구했다. 이 협회의 연간 과수 생산금액은 25억 달러에 이른다. 미 감자수출입연합은 냉동감자와 건조감자에 붙는 높은 관세를 철폐하고 건조 감자칩에 매기는 수입할당량이 1회 선적분밖에 되지 않는다며 쿼터를 국제기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표 포장식품업체인 콘아그라식품사는 한국이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냉동감자칩의 관세(18%)를 문제 삼았다. 감자칩 수출국인 유럽연합(EU)과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데다 캐나다와도 FTA 협상이 마무리 단계여서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선 서둘러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텍사스 댈러스에 본사를 둔 3만4000여 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운영업체인 염레스토랑은 자사 농산물과 식당 비품에 대한 높은 관세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역장벽 불만’ 15개 美단체 FTA 비준 촉구
식음료 및 일반 소비제품 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그로서리협회는 고가(高價) 미국식품의 5번째 수출시장인 한국이 지나치게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고 불평했다. 위생검역과 식품라벨 표시 의무 규정도 지나친 규제라도 지적했다. 72개국에서 190만 개의 판매망을 갖고 있는 다국적 건강식품 및 식품보조제 제조판매회사인 허브라이프사는 허브차(40%)와 화장품(6.5%)의 고관세가 큰 장벽이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 증류주협회는 증류주에 대한 20% 관세가 지나치게 높고 알코올 17% 이상인 술에 대한 TV 광고를 금지하고 있어 한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 제약협회는 한국 정부의 혁신적 신약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및 혁신적 신약업체를 조사하고 있어 한국 시장에서 차별받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USTR에 한국의 무역장벽에 대한 불만 의견을 낸 21개 사업자단체 가운데 15개 단체는 관세장벽을 허물 수 있는 한미 FTA를 조기 비준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행정부가 노조 눈치를 보고 있는데다 의회에서 다른 개혁조치에 순위가 밀려 한미 FTA에 대한 포괄적 협상보다는 USTR에서 이들 업종단체의 요구 사항을 각각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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