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라도 끌어볼 심산?…더욱 강해진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8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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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라도 끌어볼 심산인가. 강력했던 랜드로버 '레인지로버'가 더욱 강해졌다. 400마력이던 최고출력은 V8 5.0L 슈퍼차저 엔진이 들어가면서 510마력으로 훌쩍 뛰었다.

최대토크는 63.8kg·m에 이른다. 소형차 2배 무게인 2650kg에 이르는 차체는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제로백)은 측정결과 5.8초다. 제원의 6.2초보다 훨씬 빠르게 나왔다. 몇 번을 반복해도 마찬가지다. 최고속도는 시속 220km에서 제한장치가 작동한다. 엔진의 힘과 덩치에 어울리는 브레이크 시스템도 갖췄다.

그러나 레인지로버의 진정한 매력은 힘이 아니다. 귀족적인 분위기와 험로를 주파하는 오프로드 능력의 양립이다. 우선 승차감을 살펴보자. 메르세데스벤츠 'ML', BMW 'X5', 아우디 'Q7', 포르셰 '카이엔' 등 비슷한 성향의 스포츠유티리티차량(SUV)들은 뒷좌석 승차감이 매우 좋지 않지만 레인지로버는 에어서스펜션을 바탕으로 승용차감각처럼 부드럽다. 영국여왕을 뒤에 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독일산 SUV들에 비해 고속주행 능력은 약간 떨어진다. 대신 엄청난 오프로드 능력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일부러 눈이 많이 쌓인 비포장길을 찾았다. 비상시에는 견인차라도 부르겠다는 심정으로 논두렁처럼 높게 턱이 진 곳을 내려갔다. 지형반응시스템과 차체 높이를 최대한 험로에 맞추고 탈출을 시도했다. 바퀴가 헛돌고 차체는 빙그르르 돌려고 한다. 등에선 식은땀이 주르르 흐른다.

계기반에는 센터와 리어 디퍼렌셜 잠금기능이 수시로 작동되는 상황을 보여주며 네바퀴에 이리저리 엔진의 힘을 나눠서 배분하더니 마침내 미끄러운 언덕을 차고 올라선다. 사람이 걸어올라 가기도 힘든 비탈길을 단숨에 해치운 것이다. 오프로드를 달려보면 레인지로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힘 좋고 뛰어난 4륜구동 능력 외에도 차 안을 돌아보면 럭셔리한 분위기도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고급 가죽시트와 꼼꼼한 바느질, 대시보드까지 뒤덮힌 가죽 인테리어, 액정표시장치(LCD)로 이뤄진 가상계기반, 차체 외부에 설치된 5개의 카메라가 보여주는 서라운드 차체 영상, 하이빔 어시스트, 뒷좌석 모니터, 사각지대 모니터, 하만카돈 로직7 오디오 시스템…. 레인지로버의 가치를 나타내주는 편의·안전장치 리스트는 모두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넘쳐난다. 그래서 '귀족 SUV' 또는 'SUV의 롤스로이스라'라는 별칭이 붙었다.

물론 그에 대한 대가도 만만치 않다. 공인 연료소비효율은 L당 5.3km지만 정체되는 시내주행이나 엔진의 힘을 충분히 활용하는 스포티한 주행을 하면 L 3km대로 떨어진다. 104리터의 연료탱크가 작게 느껴진다. 가상계기반의 속도계와 회전계 바늘이 미세하게 떨리면서 오르내리는 점도 '귀족'들을 만족시키려면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가격도 1억7490만 원으로 '슈퍼'급이다.

석동빈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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