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8세의 한 영국 여성은 남편과 헤어졌다. 남편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어느 여성과 가상공간에서 시시덕거리고 있는 점에 크게 충격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남편이 세컨드 라이프(가상공간에서 아바타로 대리 체험과 대리 만족을 경험하는 사용자 참여형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한 콜걸과 놀아났다는 것을 알고 미련 없이 이혼한 여성도 있다. 웹 사이트에서 배우자가 ‘불장난’을 벌인 흔적을 찾아내 결국 이혼까지 치닫는 경우는 비단 외국의 예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이혼사유가 배우자의 부적절한 ‘인터넷 섹스 채팅’ 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프라이버시 보안은 느슨하기 이를 데 없다.
맞벌이 부부인 박정연 (가명, 여 39세)씨는 가뜩이나 잠이 많은 남편이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게 이상하다 싶었지만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것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회사 일 때문에 피곤이 쌓여 남편의 잠자리 요구를 들어주지 못해 미안했던 차에 차라리 다행이다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남편은 게임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다른 여자들과 채팅을 즐겼고 온라인에서의 만남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져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 발각됐다. 미안해하는 남편에 비해 채팅녀는 너무도 당당했고 ‘나도 가정과 아이가 있는 입장이니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다’며 남편과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고 연락을 끊었다. 박씨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아이를 봐서라도 이혼만은 할 수 없다는 남편을 상대로 박씨는 이혼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혼을 전문으로 다루는 이혼법률사무소 [윈] 이인철 변호사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기 전에 반드시 재산분할과 위자료, 양육권, 면접교섭권 등의 내용을 명시한 협의서를 만들어 공증을 받는 것이 필요한데 만일 이때 충분한 내용을 합의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들면 되도록 빨리 이혼소송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혼생활 도중에 받은 각서를 비롯해 시점이 지난 각서는 재판상 이혼에 있어 증거자료 이상의 법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므로 이혼 시 작성하는 합의서를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좋다.
이혼 소송은 소장을 접수하고 법원에서 증거 조사를 받는 한편 조정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각자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재판을 통해 판결을 받게 되며 상대방이 판결에 불복할 경우 다시 항소를 하는 등 과정이 복잡해 혼자서 해결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이혼 소송을 경험한 사람들이 유능한 이혼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는 것은 단지 법률적인 절차상의 문제뿐 아니라 이성적으로 대처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합리적인 조언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배우자의 외도나 폭력을 무조건 참고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결혼생활에 대한 남녀의 의식변화가 일어났고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향상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경제적 독립이나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해졌다는 것도 무조건 참고 사는 아내들이 줄어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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