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젊은이 뛰어놀 멍석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0일 03시 00분


■ 이석채 회장 취임 1년

아이폰 들여와 통신 혁명
서비스융합 새시장 창출
상생모델로 함께 크겠다

“KT는 결코 KT만의 이익을 위해 비즈니스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업과 젊은이들이 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고 그들과 함께 성장합니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삐딱하게 들릴 수도 있는, 듣기 좋은 수사(修辭)였다. 하지만 1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만난 이석채 KT 회장(사진)의 얘기는 조금 다르게 들렸다. 지난 1년 동안 ‘이석채표 KT’가 걸어온 길이 경쟁사들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날 KT는 지난해 결산 및 새해 전략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KT는 막대한 보조금으로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아 통화료 매출을 올리는 대신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다. 집에선 값싼 인터넷전화를 쓰고, 밖에선 일반 휴대전화를 쓰는 유무선통합(FMC) 전화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서비스는 통화료를 35%가량 줄여준다. 그러자 경쟁사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게 됐다. 이 회장은 “정보기술(IT) 산업이 정체됐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KT는 서로 다른 서비스를 융합해 시장을 키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 애플의 ‘아이폰’을 들여와 몇 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걷던 스마트폰 시장을 단번에 키웠다. 그 덕분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도 함께 늘었고,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젊은 개발자들도 생겼다.

이 회장은 “아이폰을 들여온 건 아이폰을 많이 팔려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빨리 스마트폰 시대를 열고자 했던 것”이라며 “전에 정부에서 일해서 그런지 기업을 경영하면서도 산업과 사회 전체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옛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이다. 그의 말대로 아이폰 도입 이후 KT의 무선데이터 통화는 이전보다 14배 가까이 늘어났다. 또 KT는 무선랜(와이파이·WiFi) 접속지역이 1만3000곳에 이르며 와이브로망도 갖춰 데이터 통신 경쟁력이 있다. 이 회장은 “올해 무선랜 접속지역을 1만4000곳 추가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해 데이터 통화 매출 성장에서 1위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KT는 약 3조2000억 원의 설비 투자를 할 계획이다.

올해 KT는 기업 시장도 노리고 있다. 단순히 기업 가입자를 많이 끌어모아 통화료 매출을 올리자는 게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통신서비스를 제공해 효율을 높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미 도시철도공사와 코오롱 등이 KT의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동시통화 기능으로 전화회의를 하고, 보고서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다. 인터넷전화로 통신비도 아꼈다.

이 회장은 “올해도 KT는 창의적인 젊은이들에게 아이폰의 ‘앱스토어’나 인터넷TV(IPTV)에서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도전의 기회를 주고 그 매출액 일부를 수수료로 돌려받아 ‘상생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성공 여부는 실적이 말해줄 것이다.

이날 KT는 지난해 추정 실적을 함께 밝혔다. 매출 18조9600억 원, 영업이익 9600억 원이었다. 약 6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명예퇴직이 이익을 줄였지만 약 8600억 원의 명퇴 비용은 이번이 끝이다. 군살을 줄인 2010년 KT의 실적은 어떻게 될까. 이 회장은 “올해 매출 20조 원 이상을 이루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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