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은 시점의 문제일 뿐 예견된 일이었다. 작년 내내 대출증가율이 지나치게 높아졌고 늘어난 대출이 고정투자 급증과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불러 일으켰다. 10%를 밑도는 명목성장률하에서 나타난 30% 이상의 대출 증가와 투자 급증은 장기적으로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 거품이 커지면 커질수록 붕괴의 충격은 더 크다. 이렇게 보면 지준율 인상은 오히려 중국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일각에서는 중국의 지준율 인상이 출구전략의 시작이며 결국 중국 내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경제 둔화를 거쳐 글로벌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강조되고 있다. 또 이번 지준율 인상이 추가 지준율 인상을 부르고 정책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는 신호라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앞서 말한 중국경제의 건전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은 차치하고라도 중국의 지준율 인상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더 있다.
첫째, 정책금리 인상이 아닌 지준율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볼 때 중국 정부의 우려는 전반적 경기 과열보다 부동산 등 경제 일각에서 나타나는 국지적 과열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작년 하반기 한국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정책금리 인상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게다가 이러한 대출 둔화 노력을 통해 과열이 방지되면 정책금리 인상 등 본격적 출구전략의 시급성도 줄게 될 것이다.
둘째, 중국의 정책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과 함께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인상에 따른 투기적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의 급격한 유입을 막고 수출 의존적 경제를 내수와 수출의 균형 성장으로 이끌려는 것이 목적이다. 이때 출구전략에 따른 유동성 수축 효과는 내수경기 확장 효과로 상쇄된다. 만약 중국 정부가 그럴 만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 못한다면 위안화 절상뿐 아니라 본격적 출구전략의 시행도 늦출 것이다.
셋째, 중국 안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물가 불안은 심하지 않다. 2009년의 고정투자 확대로 공급 능력이 확충된 데다 중국의 저축률은 아직 높은 수준이다. 물가가 통제되고 있는 한 중국 정부가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을 통해 민간경제를 위축시킬 이유가 없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이나 위기 이후 유동성 공급이 자산가격에 미친 긍정적 영향을 감안할 때 런민(人民)은행의 지준율 인상은 분명 중요한 이슈다. 큰 흐름상 글로벌 출구전략의 당위성을 부정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출구전략을 급하게 강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필요 이상으로 중국의 지준율 인상에 긴장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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