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개발 노하우가 국제기구에 수출된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개발도상국에 경제개발 컨설팅을 해준 사례는 있었지만 국제기구를 통해 이 같은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은 처음이다.
기획재정부는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Knowledge Sharing Program)’을 미주개발은행(IDB)과 공동 진행하기로 루이스 모레나 IDB 총재와 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회의’에서 합의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KSP는 한국형 공적개발원조(ODA)의 대표 모델로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개도국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IDB는 도미니카공화국,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 국가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하고 가장 적합한 한 개 국가를 먼저 선정해 연내 한국 정부와 함께 공동 프로젝트팀을 파견할 계획이다. IDB가 한국과 함께 KSP를 진행하기로 한 것은 개도국의 경제발전 지원을 맡고 있는 국제기구가 한국의 경험을 ‘경제발전 롤(Role) 모델’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재정부 주형환 대외경제국장은 “우리가 제작한 ‘경제발전 교과서’를 국제기구란 경험이 풍부한 ‘교사’와 함께 ‘학생(개도국)’들에게 전수해 주는 구조”라며 “좀 더 효과적인 맞춤형 컨설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IDB는 또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매뉴얼화해 개도국들의 경제발전 컨설팅을 진행할 때 지속적으로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는 국제기구와의 개발모델 전수 작업이 원조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기구를 통하면 짧은 시간 내에 한국형 원조의 장점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한국인들이 영어실력과 전문지식이 충분하면서도 국제기구에서 제대로 일한 경험이 없어 국제기구 진출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며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의 수를 늘리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IDB와의 공동 컨설팅은 중남미 국가들로 대상을 다변화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한국식 개발모델을 차용한 국가는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등 주로 아시아권에 국한돼 있었다. 중남미 국가들은 한국이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 경제발전을 이뤄낸 것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의 수출 지원 정책을 전수받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대상 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IDB 이외에 다른 국제기구와도 공동보조를 취할 계획이다. 주 국장은 “개발은행 중 가장 권위 있는 세계은행(WB)과도 KSP 공동 진행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며 “아프리카 국가들을 위해 아프리카개발은행(AfDB)과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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