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실버 사장님]IT교육 아카데미 ‘와이즈로드’ 백선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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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1일 03시 00분


“뿌리 내리기까지 6년, 회사생활 30년보다 힘들더라”

백선희 와이즈로드 대표는 KT에 입사해 30여 년간 일하며 각종 IT 관련 자격증을 따 자신의 몸값을 올렸다. 백 대표는 “KT 근무 경력과 자격증 취득 경험은 퇴직 후 정보기술 분야 교육시설을 내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백선희 와이즈로드 대표는 KT에 입사해 30여 년간 일하며 각종 IT 관련 자격증을 따 자신의 몸값을 올렸다. 백 대표는 “KT 근무 경력과 자격증 취득 경험은 퇴직 후 정보기술 분야 교육시설을 내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와이즈로드’(서울 강남구 역삼동)는 정보기술(IT) 관련 공인 자격증 취득 전문교육시설이다.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건물 2층에 6개의 강의실과 컴퓨터실이 알차게 들어서 있다.
15일 오전 11시경 50대로 보이는 서너 명의 중년 남성들이 커피를 마시며 강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KT에서 퇴직한 이들은 이곳의 ‘시니어 아카데미’과정을 듣는 수강생들이다.
백선희 와이즈로드 대표(56)는 “기술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사람들은 녹이 슨 은그릇과 같다”며 “조금만 닦아주면 빛이 다시 살아나고 재취업이나 프리랜서, 창업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백 대표 자신이 그렇게 창업한 본보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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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 전 각종 자격증으로 무장

백 대표는 이화여고를 졸업하고 1974년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에 입사해 30여 년간 일했다. 그가 거친 업무는 시스템 운용과 유지·보수,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 관리, 정보시스템 감리 업무 등이었다. KT를 평생직장으로 여겼지만 2003년 9월 그는 명예퇴직 권유를 받는다. 백 대표는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고 한다. 적지 않은 기업과 학원에서 자신이 해오던 일과 관련한 ‘강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재직 기간 따놓은 각종 자격증이 큰 힘이 됐다. 정보시스템 감리인(감리사) 외에도 국제공인 자격증인 PMP(프로젝트관리 전문가), CISA(정보시스템 감사 자격증) 등을 취득한 것. 그는 명퇴 권유를 받기 1년 전부터 KT 멀티교육센터장으로서 정보처리기사 1급 및 PMP 강의를 하는 등 교육 경험도 있었다. 백 대표는 “기회가 되면 전문적으로 강의를 하는 것도 괜찮겠다”라던 지인의 말이 생각나서 명퇴 권유를 받은 다음 날 보란 듯이 명퇴 신청을 했다. 퇴직 후에는 프로젝트관리 회사에서 교육 및 정보시스템 감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괜찮은 수입을 올렸다.

○ ‘바보같이 내가 왜 사기를’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퇴직 후 2년이 지날 무렵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람과 동업하다 사기를 당했다. 5000만 원을 투자해 얻은 오피스텔과 사무집기, 컴퓨터 등을 고스란히 놔두고 쫓겨나야 했다. 그는 “퇴직자들이 사기 당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내가 그렇게 됐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동안 만들어 놓은 PMP 및 정보시스템 감리사 교재와 실패의 경험이 아까워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2005년 10월에 ‘와이즈로드(WiseRoad)’라는 IT 관련 공인 자격증 취득 교육시설을 차렸다. 와이즈로드는 ‘지식에서 지혜로 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알고 지내던 업체들과 KT 근무 시절 함께 일하던 사람들에게 회사를 알리고, 수강생 모집에 나섰다. 단독 강의시설이 없어 1년 넘게 다른 기관의 강의실을 빌려 PMP와 정보시스템 감리사 교육을 진행했다. 이후 2007년 5월 CISA 등 다른 교육과정도 추가했다. 강의교재와 시험에 필요한 모의 문제 등을 만드느라 밤늦도록 일하는 날이 많았다. 오프라인 강의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수강생에게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면서 예습과 복습을 하도록 했고 시험 직전에는 일대일 교습을 하는 등 작지만 알차게 운영했다.

○ ‘어렵게 번 수익금은 장학사업에 쓰고 싶어’

전문교육시설을 운영하면서 백 대표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교육 관련 협력업체, 강사들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다져가는 일이었다. “강의 좀 해 달라”고 찾아오던 업체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와이즈로드 소속 강사들에게 강의요청을 직접 하는 일도 있었다. 아예 다른 학원으로 가서 강의하는 강사들도 있었다. 그는 “퇴직 후 6년이 KT에서의 30년보다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돕고 싶어 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져 학교를 다니지 못할 상황이었는데 담임선생님 도움으로 학업을 마칠 수 있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자신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퇴직자들이 경력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시스템 감리원 자격이 있으면 프리랜서, 재취업, 창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월 300만∼500만 원은 충분히 벌 수 있다”고 했다.

백 대표는 “퇴직자들이 제2의 직업을 갖도록 지원하고, 교육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내게 남은 사명으로 생각한다”며 “새해엔 지식뿐 아니라 지혜도 전달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직장경험에서 ‘길’을 찾다

■ 백선희 대표의 성공요인은

백선희 대표는 직장생활을 성실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퇴직 후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백 대표의 성공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던 백 대표는 직장생활에서 다양한 업무경력과 사내교육 과정을 잘 결합해 조직에 큰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사내교육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명예퇴직 후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직장인들이 평범하게 여기는 사내교육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퇴직 후 교육사업이라는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시니어 창업을 직장 경험과 연결해서 생각하면 기회와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둘째 흔히 겪는 창업 초기의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었지만 감리인 자격 등 전문자격증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또 교육 수요자의 처지에서 강의 동영상을 제공하는 등 고객 만족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 경쟁력이 되었다.

셋째 시니어 창업은 수익이나 가치 어느 한쪽만을 지향하는 것보다 가치와 수익을 균형적으로 추구할 때 지속성이 있고 생존력이 강하다. 좋은 뜻이 비전으로 발전해 회사의 내재가치로 자리잡고, 경쟁력 있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만 지속적인 성공을 이룰 수 있다.

백 대표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과제는 수요자의 요구에 철저히 부합하면서도 수익성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이다.

전문 자격증과 교육 전문 분야, 디지털 산업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와 부합하는 교육과정은 계속 늘어날 것이므로 자기계발에 관심을 기울였던 퇴직자나 직장 내 교육 분야에 종사했던 시니어는 도전해 볼 만하다.

박광회 사단법인 한국소호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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