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52주째 전세금 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0일 21시 30분


직장인 한모 씨(34)는 요즘 전셋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년 전 1억8000만 원에 얻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13차 116m² 아파트의 전세금이 최근 2억9000만 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한 씨는 "불과 한 달 새 주변 아파트 전세금이 5000만 원이나 올랐다"며 "초등학생 자녀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 동네에서 예전 전세금으로는 구할 집이 없다"고 걱정했다.

연초부터 서울지역의 아파트 전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강남과 목동 일대의 '학군 수요'로 촉발된 전세금 오름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전세 물량이 많이 부족해 예년보다 상승 폭이 크다. 강남 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세금은 사상 처음으로 3억 원을 넘어섰다. 올해 뉴타운 및 재개발 사업으로 전셋집을 찾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 당분간 전세 시장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 4개구 평균 전세금 3억 원 첫 돌파

20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등 4개구 아파트(33만4394채)의 평균 전세금은 19일 현재 3억194만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월 중순(2억5224만 원)보다 가구당 무려 4970만 원이 올랐다.

강남 4개구 전세금은 지난해 1월 16일 하락세(―0.08%)를 보인 이후 5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2008년 송파구를 중심으로 3만여 채 신규 아파트가 입주한 뒤 전세 물량이 대폭 줄어든 반면 학군이 우수한 강남 일대로 전세 수요가 꾸준히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 학군을 찾아 이동하는 전세 수요는 최근 광진, 양천, 노원구 지역의 아파트 전세금도 끌어 올리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0.14%)에서는 광진(0.54%) 영등포(0.28%) 송파(0.26%) 양천(0.24%) 등 19개 구의 전세금이 일제히 올랐다.

하지만 인기 학군 일대의 전셋집은 쉽게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남구 대치동 우성부동산 정혜승 실장은 "작년 12월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서 주변 전세금이 5000만¤1억 원 올랐다"며 "하지만 매물이 적고 기존 전세를 재계약하는 사람이 많아 전세를 얻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1번지의 김은경 리서치팀장은 "예년에는 방학을 맞아 학군 수요 때문에 겨울 전세 시장이 들썩였지만 작년부터 전세금이 계속 오르면서 최근에는 봄에 이사를 가려는 사람들도 서둘러 전셋집을 찾고 있어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금 오름세 당분간 지속될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값 상승세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올해 서울에서 뉴타운 및 재개발로 철거되는 주택은 작년(2만807채)의 4배 수준인 9만8742채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입주 예정 아파트는 3만4041채에 그쳐 뉴타운 및 재개발 철거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전세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전세 시장 오름세를 주도하는 소형 아파트를 대체할 다세대와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의 신축 공급 물량도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다 위례신도시의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기다리는 실수요자들도 일시적으로 전세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세금 오름세가 과거처럼 집값 상승에는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수준에 따라 대출금액을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로 아파트 매매 시장은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닥터아파트의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전세금이 뛰면서 서울 지역의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도 40% 안팎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매매가와 전세금 격차가 커서 전셋집을 구하려다 포기하고 빚을 더 얻어 아파트를 사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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