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개 中企 지원정책 첫 외부 평가 해보니
“시장일도 바쁜데…” 상인들 싸늘
사이트 아는 소비자도 거의 없어
‘구매조건 신제품 개발’은 호평
중소기업청은 ‘에브리마켓’이라는 이름의 전통시장 전용 인터넷쇼핑몰을 2006년부터 최근까지 운영해 왔다.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PC를 보급하고 인터넷 영업 교육을 지원해 전통시장 상거래를 온라인 운영으로 현대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재래시장 상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시장 나와서 물건 팔기 바쁜데 언제 인터넷쇼핑몰까지 운영하냐”는 것이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신통치 않았다. 사이트 자체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전통시장에서 파는 물건만으로는 고객을 끌어오는 데 한계가 있었다.
중기청은 인터넷쇼핑몰 오픈 전부터 4년간 90억 원을 투입했지만 누적 매출액은 156억 원에 그쳤다. 2008년에는 20억 원을 지원했는데, 매출은 50억 원 정도였다. 중기청은 최근 이 사업을 사실상 접기로 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전통시장 전용 인터넷쇼핑몰 운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상거래기법 개선사업’을 지난해 최악의 중소기업 정책으로 꼽았다. 이 정책은 종합평가에서 66.0점의 낮은 점수를 받았고, 계획 집행 성과 등 각 단계에서도 성적이 나빴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중소기업 시책평가 및 성과제고 방안’ 보고서에서 중기청이 관리하는 중소기업 지원 정책 72개의 지난해 1∼11월 성과를 이처럼 점수로 평가했다. 중기청이 외부 기관에 정책성과 평가를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업 다음으로 점수가 나쁜 정책도 재래시장과 관련된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68.1점)이었다. 보고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함께 부담해 시행하는 이 정책에 대해 “지자체의 행정 절차와 민간부담금 확보가 늦어져 추진이 매우 더디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재원 한도에 맞춰 사업을 지원하다 보니 ‘나누기 식’ 예산 배분도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성적 하위 1∼10위 사업 중에는 이 밖에도 ‘특성화시장 육성 사업’(69.6점), ‘재래시장 홍보 및 전시회 사업’(69.7점), ‘퇴직인력 지원활용 상인인력 육성 사업’(69.6점) 등 재래시장 관련 정책이 상당수 포함됐다. 보고서는 이들 정책에 대해 통합하거나 연계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中企 지원정책, 계획보다 집행이 문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정책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나중에 구매하는 조건으로 중소기업에 신제품 개발을 제안하고 연구개발 비용을 정부가 보조해주는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 사업’(81.7점)이었다. 판로가 확실하고 대기업 참여로 어느 정도 성과를 기대할 수 있어 참여 중소기업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한다. 2위인 ‘신용보증기관 출연사업’(81.0점)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려웠던 지난해 예산 증대 및 조기 집행으로 중기 자금난 해소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72개 정책을 크게 8개 분야로 나눠 평균 점수를 낸 결과 대체로 기술·정보화지원 분야와 금융지원 분야가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출·판로 분야 정책들은 점수가 낮았다. 보고서는 “금융지원 분야의 경우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중기에 대한 금융지원이 확대된 영향이 컸으며 수출·판로지원 분야 정책들은 시의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입된 지 10년이 넘은 수출·판로 분야 정책들은 엄밀한 성과 분석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72개 정책 전체의 평균 점수는 74.0점이었다.
각 정책을 사업 추진 단계별로 평가한 결과 계획 단계(평균 74.1점)와 성과 단계(평균 76.8점) 점수는 비교적 높으나 집행 단계(평균 69.1점) 점수는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본부 차원에서 사업 설계는 제대로 했지만, 집행이 잘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중소기업 관련 기관들이 정책에 대한 접근 편의나 절차 간소화, 투명한 집행에 무관심했다는 뜻”이라며 “지원 정책들을 안내하는 자료가 부족하고, 엄격한 심사와 관리로 예산 집행을 지연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중소기업 정책들의 문제점으로 국별, 지원기관별로 정보 교류나 협력이 안 돼 정책 수요자인 중소기업이 사업별로 지원기관 등을 여러 번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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