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지열 발전 등으로 공용전기 자체 생산
에너지 15% 절감 의무화… 하이브리드 아파트 건설 붐
#1. 전남 목포시 옥암동 ‘옥암 푸르지오’ 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주희 씨(42). 2007년 4월 새로 지은 이 아파트에 입주한 그는 지금까지 관리비를 납부하면서 공동 전기료와 승강기 전기료를 낸 적이 없다. 입주 이후 33개월 동안 아낀 전기료는 56만1000원으로 월평균 1만7000원. 아파트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로 복도나 지하주차장 조명, 엘리베이터 작동에 필요한 전기를 100% 생산하고 있어 공동 전기료 등은 원천적으로 면제다.
#2.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 e편한세상’. 이 아파트에는 ‘에너지 놀이터’가 있다. 페달을 밟으면 불이 켜지거나 소리가 나는 놀이기구가 어린이들의 흥미를 끈다. 이곳도 아파트 벽면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와 단지 내에 있는 풍력 발전기로 전기를 자체 생산해 지하주차장의 형광등 730개를 밝히고 있다.
두 아파트의 공통점은 ‘하이브리드 아파트 1세대’라는 점이다. 하이브리드 아파트란 태양광, 풍력, 지열 등으로 자체 생산한 에너지로 단지 운영에 필요한 전력의 일부를 대체해 관리비를 절감하는 아파트를 말한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함께 동력원으로 사용해 연료비가 적게 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유사한 개념이다.
○ ‘하이브리드 아파트’가 대세
현재 주민이 실제로 살고 있는 하이브리드 아파트는 옥암 푸르지오와 원당 e편한세상 등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2011년경부터는 대형 건설사들이 지은 하이브리드 아파트가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11월 분양해 2013년 3월에 입주하는 인천 서구 ‘청라 푸르지오’ 아파트의 에너지 소비량을 기존 아파트보다 30% 줄이도록 설계했다. 태양광 발전 및 지열 냉난방 시스템과 각종 단열재 등을 설치해 입주민들의 전기료와 급탕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2020년부터 전기료와 냉·난방요금을 한 푼도 안 내는 에너지 절감률 100% 아파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2011년 입주 예정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미주아파트 재건축 단지 ‘반포 힐스테이트’에 태양광 발전과 소형 풍력 발전 설비를 적용하고 있다. 현대건설 측은 이 아파트에서 태양광 발전 등을 통해 연간 가구당 7만8000원 정도의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7월 분양한 서울 중구 신당동 ‘신당 e편한세상’과 11월 분양한 경기 부천시 ‘역곡역 e편한세상’의 냉난방 에너지량을 평균 40% 절감할 수 있도록 시공하고 있다.
○ 건설사는 채산 걱정, 입주민은 미소
건설사들이 앞 다퉈 에너지 절감 아파트 시공에 나서는 것은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지난해 10월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2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총에너지의 15%를 절감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 기준은 점차 낮아져 2025년부터는 전기, 냉·난방요금 등이 단 한 푼도 안 드는 절감률 100%인 주택만 사업승인을 받을 수 있다. 건설사들은 건설기간(2, 3년)을 감안해 이 기준을 충족하는 아파트 개발에 미리부터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재 총에너지의 25%를 건축물에서 소비하고 있으며 서울은 이 비율이 60%에 이른다. 특히 건축물 중에서 아파트 등 주택이 차지하는 에너지 비율은 54%나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분야에 대한 에너지 규제 없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이 불가능해 강도 높은 에너지 절감책을 시행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태양광 발전기 등 에너지 생산 장비 가격이 너무 비싸 아직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아파트의 입주민들은 “관리비도 관리비지만 친환경 아파트에 산다는 자부심이 크다”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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