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고객 마음 뺏거나 뺏기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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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5일 03시 00분


■ 펀드판매사 이동제 오늘부터 시작

공모펀드부터 먼저 적용
휴대전화 번호이동처럼
환매 않고 갈아탈 수 있어
고객유치 경쟁 불붙을 듯


경기 부천시에 사는 초등학교 교사 강경희 씨(39)는 금융위기 직후 펀드가 반토막 날 때도, 새해 들어 주식시장이 급변동할 때도 펀드를 판매한 은행에서 아무런 ‘조언’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강 씨가 가입한 주식형 펀드에서는 순자산액의 연 1.2%가 ‘판매 보수’라는 명목으로 꼬박꼬박 빠져나갔다. 최근에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강 씨는 “펀드판매 이후 사후 관리라곤 전혀 없었는데 매년 보수를 챙겨가는 것은 은행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강 씨는 펀드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된다는 소식에 이번에는 제대로 된 판매사를 고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25일부터 펀드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된다. 펀드 가입자들이 휴대전화 가입자처럼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증권, 은행, 보험사 등 펀드판매사를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게 된 것이다.

○ 펀드판매사 어떻게 옮기나

펀드판매사 이동제의 적용 대상은 공모펀드다. 한 군데서만 판매하는 펀드나 역외펀드, 머니마켓펀드(MMF), 엄브렐러펀드(여러 펀드가 한 세트로 묶인 펀드),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 스텝다운 펀드(매년 일정비율만큼 판매보수가 낮아지는 펀드)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5746개 공모펀드 가운데 38.7%인 2226개의 펀드가 대상이며 설정액 기준으로는 54.2%가 해당된다.

해당 펀드 가입자 가운데 판매회사를 바꾸고 싶은 사람은 신분증을 갖고 옛 판매회사를 방문해 계좌확인서를 발급받는다. 인터넷뱅킹 공인인증서가 있다면 온라인으로 신청해 출력해도 된다. 이렇게 발급받은 계좌확인서와 신분증을 갖고 영업일 기준 5일 안에 새 판매회사를 방문해 계좌개설을 신청하면 된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만든 중계시스템을 통해 펀드 판매회사가 변경되는 데는 하루가 걸린다. 새 판매사의 계좌로 펀드를 옮기는 절차를 마치고 난 다음 날부터 펀드에 추가적립하거나 펀드를 환매를 할 수 있다.

○ 판매사 간 격전 예고


펀드판매사 이동제도가 시행되면서 금융회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3개월에 한 번 정도 계좌잔액과 수익률이 담긴 운용보고서를 고객에게 배달하는 것만으로 순자산액의 0.823%(모든 유형 펀드의 평균)에 이르는 판매보수를 매년 떼어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고객을 빼앗기지 않는 것은 물론 다른 판매회사의 고객도 유치할 수 있다.

사후 판매서비스에서 은행, 보험보다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증권사들은 자산관리 영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펀드를 갈아타는 고객에게 종합자산관리통장(CMA) 이자를 연 5∼9% 범위에서 1년간 주는 ‘빌리브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다른 회사가 4%대 이자를 주는 것을 감안하면 최대 2배까지 받을 수 있다. IBK투자증권은 펀드 가입 시 납입금의 일정 금액으로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주식워런트증권(ELW) 상품을 사서 주가 하락 시 손실을 보전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펀드 가입자가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연락해주는 ‘펀드 알리미 서비스’를 도입했다.

삼성증권은 고객이 원한다면 타사에서 가입한 펀드에 대해서도 상담 및 보고서 제공을 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관리센터를 신설해 고객의 재무목표에 맞도록 개별 자산배분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SK증권은 판매사를 옮기는 고객에게 모바일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은행권도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최대 펀드 판매사인 국민은행은 e메일을 통해 펀드가입 고객에게 시장전망 보고서를 보낸다. 신한은행도 펀드 목표수익률 달성 또는 변동 시 휴대전화로 통보해준다. 직원을 대상으로 펀드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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