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기업 최초로 ‘본고장’에 생산 공장
유럽 - 미국 - 일본 - 홍콩 등 거대시장 겨냥
원대연 기자
“우리 초콜릿이 고급스럽다던 국내 소비자들이 ‘한국산’이라니까 정작 발걸음을 돌려 외제 초콜릿을 사더군요. 몇 년 전 일본 수출을 시도할 때는 독도 문제로 ‘메이드 인 코리아’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초콜릿의 종주국인 벨기에로 가자는 오기가 생겼죠.”
국내 수제 초콜릿 전문회사인 JF&B의 김영환 대표(40·사진). 그는 다음 달 1일 아시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벨기에에 초콜릿 생산 공장을 짓는다. 세계적 초콜릿 생산국인 벨기에에서 유럽 시장을 향해 정면 승부하겠다는 포부다. 다음 달 1일 벨기에 남부 니벨 지역에 1000m²(약 303평) 규모의 초콜릿 공장을 완공하고 5월부터 벨기에에서 초콜릿을 만든다.
한국의 중소 초콜릿 회사가 벨기에에 초콜릿 공장을 짓는다고 하자 반신반의하던 벨기에 투자청은 이달 중순 외자 유치 담당자들을 이 회사에 보냈다. 이들은 경기 파주시에 있는 이 회사의 초콜릿 공장과 헤이리 초콜릿 디자인 갤러리, 서울 여의도 등에 6개 매장이 있는 초콜릿 전문 카페 ‘주빌리 쇼콜라티에’를 둘러본 뒤 투자 지원을 결정했다. 특히 40개에 이르는 초콜릿 제품의 맛에 감탄했다.
벨기에 측의 투자 지원은 파격적이었다. 벨기에 투자청과 민관 합작 투자회사 등이 2012년까지 3년간 설비 투자와 인건비 등에 소요되는 240만 유로(약 38억8000만 원)를 JF&B에 지원한다. 벨기에에 초콜릿 공장을 세워 현지인의 고용을 창출하는 걸 높이 샀기 때문이다. 벨기에의 유명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와 ‘길리안’이 각각 터키 얼커그룹과 한국 롯데제과에 최근 인수된 것도 초콜릿 종주국 벨기에의 마음을 급하게 만든 한 요인이다. 김 대표는 “JF&B의 ‘메이드 인 벨기에’ 초콜릿은 유럽 미국 일본 홍콩 시장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교)를 나와 무일푼으로 호주 유학을 떠났던 김 대표는 귀국 후 지인들의 수출 업무를 돕다가 2003년 수제 초콜릿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인건비가 비싸져 특급 호텔 베이커리들이 초콜릿 제조를 아웃소싱하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그는 해외 식품 박람회에 무작정 찾아가 초콜릿을 보여주며 즉석에서 부스를 얻어내기도 했다.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시작한 JF&B의 지난해 매출액은 150억 원. 개당 2000원인 이 회사의 수제 초콜릿은 현재 국내 대부분의 특급 호텔, 국내 항공사, 주요 제빵회사 등에 납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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