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고조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안을 키우는 3대 뇌관은 중국의 긴축정책, 미국의 은행규제 움직임,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3대 악재(惡材)가 연일 금융시장을 교란하면서 주요국의 신용부도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3대 악재는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어서 국내 금융시장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은행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25일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외국환평형기금채권(5년물 기준)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03bp(1bp는 0.01%포인트)에 거래돼 지난해 12월 31일(86bp)보다 19.77% 급등했다. 22일에는 108bp로 두바이 국영 투자회사인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 유예 선언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작년 11월 27일의 110bp에 육박하기도 했다. CDS 프리미엄은 외화표시 채권의 부도 위험을 피하기 위한 신용파생 거래의 수수료로 일종의 보험료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채권을 발행한 정부나 기업의 부도 위험이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말 300bp를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직 3분의 1 정도여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불안요인이 많아진 만큼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CDS 프리미엄이 치솟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국가부도 가능성을 지적했던 아이슬란드의 경우 작년 말 대비 이달 25일 현재 CDS 프리미엄 상승률은 55.10%에 이른다. 독일(27.50%) 일본(25.48%) 미국(18.18%) 그리스(15.49%)도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의 CDS 프리미엄도 24∼32% 올라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악재 중 한국에 가장 파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중국의 긴축전환이다. 한은 관계자는 “긴축정책으로의 전환이 예상보다 빠를 경우 투자 및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은행규제 강화도 은행권을 중심으로 유동성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금융시장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고유선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유동성을 창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미국 금융기관의 손발을 묶는 조치나 다름없기 때문에 어쩌면 미국의 금리인상보다 더 부정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적자가 심각한 유럽의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도 지속적인 불안 요인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중국이 성장 기조의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고 미국의 금융규제 강화도 실행에 옮기기까지 난관이 많기 때문에 3대 악재가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이런 악재들 때문에 생기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의 회복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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