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식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급준비율 인상이 신호탄이었고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은행규제 정책 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흔들었다. 은행규제 정책의 핵심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해 상업은행의 자기자본투자(PI)를 금지하고 상업은행이 헤지펀드를 소유하고 투자하는 것도 불허하는 것이다.
사실 오바마 정부의 은행규제 정책이 한국 주식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시장의 흔들림이 큰 것은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전 세계 국가들은 모두 ‘양적 완화’라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보조금 정책과 통화확대 정책을 펼쳐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각자의 처지가 달라졌다. 중국은 투자 과열과 이로 인한 은행 대출의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인상하고 일시적인 대출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실업률이 10%대에 머무르면서 체감 경기가 더디게 회복되고 있어 상업은행의 자기자본투자를 금지하고 대출 촉진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같은 흐름으로 움직여 나가던 각국의 정책이 그 방향을 달리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어떤 궤도로 정책이 펼쳐질지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바로 이 점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우선은 27일(한국 시간 28일)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를 주목해봐야 한다. 금융규제 관련 추가내용 발표와 2차 경기 부양책 발표, 3월에 끝나는 양적 완화 정책의 연장 가능성 시사 여부에 따라 불확실성의 강도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전까지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률(PER)은 9.8배 수준이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급락 국면에서 8.5배까지 하락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이 시기를 제외하고 보면 2006년 이후 역사적 저점은 10배 수준이었다. 따라서 현재의 주식시장이 저평가 국면에 진입한 것은 맞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불확실성이 기업의 실적 자체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이나 통화 정책이 변하면 지금의 예상보다 기업 실적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수적인 관점에서 지금의 실적 전망을 10% 낮춘 후 PER 10배를 적용하면 적정 코스피는 1,517이 된다. 이 수준까지의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장에 대응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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