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1월 주식시장을 그해 증시의 축소판이라고 말한다.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그해의 가장 민감한 재료들은 한 해가 시작되는 시점에 모습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연초에 드러난 주가 패턴이 1년 내내 이어지는 때가 많다.
올 들어 증시의 화두는 출구전략이다. 최근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 조치가 나오자 주가가 하락한 것도 출구전략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한 결과다. 사실 경기회복기엔 그동안 풀린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금리를 정상화하고 재정지출 수준을 되돌릴 정도로 경기가 좋아졌다면 이것이야말로 모두가 바라던 일이다. 하지만 아직 출구전략을 두고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예상보다 훨씬 큰 듯하다.
최근 증시를 흔든 중국발(發) 긴축정책에 대한 우려는 결국 중국의 내수 확장 여부를 올해 세계경제의 중대 변수로 보는 시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출구전략을 겁내는 진짜 이유는 현재 보이는 경기확장이 지속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인지도 모른다. 지금 각국의 민간소비와 투자는 개선이 더딘 반면 금리인상 압력은 높아지고 정부의 재정동원 여력은 줄고 있다.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중국을 필두로 한 급격한 긴축정책이 모처럼 피어오르는 경기확장 기조를 약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우일 수 있다. 출구전략의 목적은 경기둔화가 아니라 ‘과열억제’에 있다. 세계 각국의 경기회복 강도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출구전략의 시기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세계 자금 사정을 좌우하는 미국은 더딘 고용회복과 주택가격 불안정으로 급격한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이 낮다. 부동산 거품으로 고민이 많은 중국도 실제 고용회복은 더딘 편이어서 가능한 한 금리를 단계적이고 제한적으로 올려나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증시는 각국의 출구전략으로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시중 유동성만 줄어드는 난감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긴축정책이 적절한 경기회복 구도 안에서 이뤄진다면 그것이 증시에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또 금리를 급격히 올리고 경기부양의 칼을 지금 당장 칼집에 넣을 수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올해 출구전략으로 증시 주변자금이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근거다. 중요한 것은 출구전략을 겁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느냐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금리인상이라는 바람을 뚫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경기에 대한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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