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반도체 생산라인 설치를 가로막았던 규제가 풀렸다. 환경부는 하이닉스반도체 경기 이천공장 생산라인 증설을 29일 사실상 허용했다. 증설 허용을 담은 고시 개정안은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구리를 이용하는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생산라인은 상수원(上水源)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3년 넘게 증설이 가로막혀 있었다.
환경부가 방침을 바꿔 증설을 허용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이닉스공장에서 구리가 배출되면 서울시민의 식수가 오염될 수 있다는 환경단체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증설 허용은 수도권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다른 지역의 반발도 컸다. 반면 이천 시민들은 “지역발전을 막아선 안된다”며 집단행동까지 벌여 지역 간 갈등으로 비화됐다.
○ “구리 배출 ‘제로’ 수준”
복잡한 상황 속에서 환경부가 결정적으로 방침을 바꾼 것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국경위)의 영향이 컸다. 위원회는 지난해 7월 “오염처리 기술 발달로 상수원에 미치는 영향이 없어졌다면 규제를 풀어 산업경쟁력을 높여줘야 한다”고 환경부에 제안했다. “시간이 흘러 아이의 키가 크는데 침대를 바꿔주지 않고 다른 방으로 가라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리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1월 “하이닉스가 연간 배출하는 구리의 양은 돼지 190마리가 연간 배설을 통해 배출하는 구리의 양과 같을 정도로 적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후 환경부는 내부 논의와 현장실험에 나섰다. 현행 폐수처리기술이 상수원의 수질과 생태계 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하이닉스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과 경기도 팔당수질개선대책본부가 실시한 폐수 검사에서 이천공장의 구리농도는 검출한계 미만인 8ppb(1ppb는 1000분의 1ppm)로 나타났다. 법적으로는 구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생태독성에 대한 별도 실험에서도 ‘문제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토대로 환경부는 ‘구리’ ‘디클로로메탄’ ‘1,1-디클로로에틸렌’ 등 수질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공정이라도 검출량을 ‘제로(0)’에 가깝게 줄인다면 상수원에 폐수 배출을 허용한다는 고시 개정안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이 지역에선 폐수를 배출하지 않는 무방류 시설에만 증설을 허용해 왔다.
○ 반도체시장 지배력 강화 계기
하이닉스는 2월 말 5000억 원을 투자해 이천공장 안에 기존 시설을 걷어내고 44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D램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44nm 공정’이란 반도체 위에 새기는 회로의 선폭을 44nm까지 줄인 첨단 공정을 말한다.
하이닉스 “44nm D램 생산라인 5000억 투자”
이 기술을 도입하면 같은 재료를 가지고 기존의 60nm 공정보다 40∼50%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게 된다. 펜촉이 얇을수록 종이 위에 더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이번 허가로 하이닉스의 44nm D램 반도체 생산이 시작되면 지난해 3분기(7∼9월) 현재 57.2%(삼성전자 35.5%, 하이닉스 21.7%)인 한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능력이 월 6000만 개 정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 대대적인 증설은 힘들어
생산라인 증설이 허용됐지만 하이닉스가 이천공장에 새로운 공장 건물을 지을 수는 없다. 수질 문제와는 별개로 자연보전권역에 대한 공장시설을 6만 m²(약 1만8000평) 이하로 묶은 국토해양부의 규제와 권역 내 첨단공장의 면적을 1000m²(약 303평) 이하로 묶은 지식경제부의 규제가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 이재율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현재 공장 면적을 넘어서는 신·증설 등 대폭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자연보전권역 안에서도 산업단지가 가능할 수 있도록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40nm급 D램 반도체 ::
회로의 굵기가 40nm대인 D램 반도체 제품으로 PC나 휴대전화 저장장치로 쓰인다. 회로 선폭이 얇아 같은 재료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유리하다. 이 반도체는 회로가 얇아 저항이 작은 구리를 써야만 한다. 구리는 수질 오염물질의 하나. 정부는 이 때문에 상수원 지역인 이천에 공장을 둔 하이닉스의 생산시설 투자를 허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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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0 07:07:11
규제 풀어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 하게끔 온 국민이 나서자
2010-01-30 06:50:26
하이닉스, 이름은 쾌활.명랑한 이미지인데 가는 길이 참으로 기구해 보인다. 지난 날이 어려웠던 만큼 앞날은 좀 수월하려나? 크게 발전하라, 하이닉스!
2010-01-30 13:39:56
과연 구리족쇄가 풀렸다고 할수 있나요 환경파괴는 언젠가는 국민들에게 오는것을 안다면 이런 표현을 쓰지는 않았을겁니다 지금당장을 보고 하는 말아닌가요 후손에게 물려줄거 아닌가요 신중해져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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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0 07:07:11
규제 풀어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 하게끔 온 국민이 나서자
2010-01-30 06:50:26
하이닉스, 이름은 쾌활.명랑한 이미지인데 가는 길이 참으로 기구해 보인다. 지난 날이 어려웠던 만큼 앞날은 좀 수월하려나? 크게 발전하라, 하이닉스!
2010-01-30 13:39:56
과연 구리족쇄가 풀렸다고 할수 있나요 환경파괴는 언젠가는 국민들에게 오는것을 안다면 이런 표현을 쓰지는 않았을겁니다 지금당장을 보고 하는 말아닌가요 후손에게 물려줄거 아닌가요 신중해져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