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125번 고속도로를 달리던 렉서스 ‘ES350’의 급발진 사고로 운전자 마크 세일러 씨(경찰관)를 비롯해 그의 부인과 딸, 처남 등 모두 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처남이 사고 직전 응급신고전화 911에 도움을 청하는 전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이번 도요타자동차 리콜 사태의 발단이 됐습니다.
공개된 대화 내용에 따르면 이 차는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는데도 시속 193km로 돌진했고 브레이크도 듣지 않았습니다. 신고자인 처남은 “가속페달이 눌려 속도가 줄지 않는다. 고속도로 끝이 800m 남았다. 교차로로 접근한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오오…”라고 외친 뒤 곧 ‘쾅’하는 소리와 함께 사고가 났고 차는 도로 밖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통화시간은 50초나 되고, 미국 사고조사 당국은 최소한 1분 이상 급가속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몇 초도 아니고 1분 이상이면 충분히 대처할 시간인데 안타깝게도 세일러 씨 일행은 당황했던 탓인지, 아니면 브레이크가 완전 먹통이 됐는지 결국 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요령을 미리 숙지한다면 사고가 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고 입을 모읍니다. 주행 중 차가 급가속되는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이 사고는 매트에 가속페달이 눌린 채로 끼여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속페달이 끝까지 눌려 엔진회전수가 치솟으면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진공압력이 떨어지면서 브레이크 성능이 약해집니다. 일반적인 힘으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마치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운전자가 제동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죠. 세일러 씨도 그러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이때는 두 발로 있는 힘껏 브레이크 페달을 바닥까지 내리누르면 제법 제동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가 어떤 이유로 약해질 수는 있어도 브레이크 자체의 고장이 아니라면 완전히 듣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또 변속기를 ‘중립(N)’ 상태로 옮겨서 바퀴로 가는 동력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도 전혀 속도가 줄지 않는다면 시동을 끄는 것을 시도해야 합니다. 다만 시동 키는 한 단계만 내려서 꺼야 합니다. 이때 주의할 것은 키박스에서 키를 완전히 빼면 안 됩니다. 운전대가 잠겨버려 조향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또 시동을 끈 뒤에도 힘껏 브레이크를 밟고 있어야 합니다. 브레이크는 여러 번 나눠 밟으면 나중에는 아예 듣지 않는 경우가 있기에 한 번에 끝까지 계속 밟고 있는 게 중요합니다. 주차브레이크는 차의 속도가 충분히 줄어들고 난 뒤에 사용해야지 빠른 속도에서 당기면 차가 스핀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ES350은 버튼 시동장치여서 시동을 끄는 방법이 다릅니다. 버튼 시동장치가 달린 차는 대부분 차종에 따라 3초 이상 길게 누르거나 짧게 3번 연속으로 누르면 시동이 꺼지는데 세일러 씨는 이를 몰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버튼 시동장치가 달린 차의 운전자 대부분이 이를 모르고 있습니다. 시동이 꺼질 경우 조향장치가 갑자기 무거워질 수도 있는데 미리 두 손으로 운전대를 꽉 잡고 힘껏 돌려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도저도 안 될 경우는 과감하게 중앙분리대나 가드레일에 차를 측면으로 부드럽게 밀어붙여 정지를 시도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미리 머릿속으로 연습해두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황해서 충분한 시간이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세일러 씨가 이런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주행 중 속도가 줄지 않을 경우 이런 4가지 시도를 한다면 대부분 치명적인 사고를 피할 확률은 상당히 높아집니다. ①브레이크 두 발로 강하게 밟기→②기어 중립으로 변속→③시동 끄기→④벽에 부딪히기의 순서입니다.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평소에 차의 기능적인 부분을 잘 알아두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그만큼 사고도 줄일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사면 함께 주는 설명서도 꼭 2번 이상 숙독하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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