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코스피가 1,720의 고점을 기록한 후 열흘 만에 1,600 밑으로 내려앉았다. 어떤 국가는 지금까지 주식시장과 경제를 지탱하던 유동성을 줄이려 하고 어떤 국가는 정부가 방만하게 쓴 돈 때문에 부도가 나게 생겼으며 또 다른 국가에서는 정부 지출이 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첫째, 중국에 이어 인도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하고, 신흥(이머징)국가를 중심으로 긴축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국면에서 이머징 국가들의 역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는데 이제 단기적으로나마 글로벌 성장에 미치는 이들의 역할이 줄어들 상황인 것이다.
둘째,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부실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그리스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2%의 재정적자를 기록했고 국가채무도 GDP의 110%까지 올라섰다. 경상수지 적자 문제도 심각하다. 유럽연합(EU)이 지원에 나선다면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국가들이 앞 다퉈 손을 내밀어 부담이 커지고 EU에서 탈퇴시키자니 그리스와 일부 국가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국내외 경제지표의 개선 속도가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 재정지출이 성장을 이끄는 힘은 점차 떨어지지만 이를 상쇄해야 할 민간부문의 회복 속도는 여전히 느리기 때문이다. 미국은 작년 하반기에는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더니 연말부터는 상황이 바뀌어 발표되는 경제지표 중 상당수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 국내 경제지표에 대해서도 조금씩 우려감이 생기고 있다. 이미 6개월 전 대비 경기선행지수증가율은 떨어지고 있고 이 추세라면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경기선행지수증가율이 하락 반전할 확률이 높다. 과거에도 주가와 금리 등 국내 금융지표들은 경기선행지수증가율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일정 기간 글로벌 경제지표의 하향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분간 2000년대 중반 대출과 자산가격 거품(버블)으로 이뤄졌던 경제의 성장 속도를 뛰어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예를 보더라도 버블 이후 경제가 다시 건전성을 확보할 때까지는 성장의 기대가 종종 꺾였다. 적어도 한 분기 정도는 적극적인 투자보다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비관할 이유는 없다. 이머징 국가의 유동성 흡수는 물가를 안정시켜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그리스 등 부실국가는 과거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이다. 각국의 방만한 재정지출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다. 과거에도 글로벌 경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왔다. 장기투자자에게는 오히려 기회를 엿볼 시점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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