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수입보다 수출 더 늘었는데 1월 무역적자 왜

  • Array
  • 입력 2010년 2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난달 수출 47.1%, 수입 26.7% 각각 증가
비교시점인 작년 1월 수출 워낙 저조했던 탓

[?] 1월 무역수지가 11개월 만에 적자를 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습니다. 무역수지는 어떤 의미가 있으며 왜 1월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나요.

가정에서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해 가계부를 작성하듯이 국가도 외국과 여러 형태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입과 지출을 정리해 기록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수지표는 일정 기간에 한 나라의 거주자와 다른 나라에 있는 비거주자 사이에 이루어진 모든 경제적 거래를 체계적으로 기록한 통계표입니다. 여기서 ‘수지(收支)’란 수익과 지출을 일컫는 말이죠.

현재 우리나라의 국제수지표는 한국은행이 월별로 작성하고 1년 단위로 종합하고 있습니다. 국제수지가 흑자라는 것은 대상 기간에 나라 안으로 들어온 외화가 나라 밖으로 나간 외화보다 많았음을 의미하며 국제수지 적자는 반대를 뜻합니다.

국제수지표가 포괄하는 대외거래는 크게 경상거래와 자본거래로 구분합니다. 경상거래는 재화와 서비스를 주고받는 거래, 자본거래는 자금이 유입되고 유출되는 거래를 가리키지요. 경상거래의 결과로 벌어들인 외화와 지급한 외화의 차이를 경상수지라고 하며 자본거래의 결과로 들어온 외화와 나간 외화의 차이를 자본수지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국제수지라고 할 때는 자본수지를 제외한 경상수지만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는 경상수지에 기록된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입이 국민소득 고용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경상수지는 다시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경상이전수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상품수지(재화수지)가 재화를 수출해서 벌어들인 외화와 재화를 수입할 때 지급한 외화의 차이를 나타냅니다. ‘무역수지’는 바로 이 상품수지의 다른 이름입니다.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발표보다 빨리 지식경제부에서는 매달 초 전월의 ‘수출입동향’을 발표합니다. 이는 관세청 통관 기준으로 수출입을 집계하는 것인데요. 통관기준 수출입이란 상품이 관세선(tariff line)을 통과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합니다. 관세선은 무역에서 우리나라와 외국의 구분이 되는 선을 뜻하는데 대체로 정치적 국경과 일치합니다. 반면 한은의 상품수지는 소유권이 이전되는 시점을 수출입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지식경제부는 1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7.1% 증가하고 수입이 26.7% 증가했지만 무역수지는 4억68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내 11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고 1일 발표했습니다.

수출이 더 크게 늘었는데 왜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을까요. 이는 비교시점인 지난해 1월 수출이 아주 저조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 수출은 211억3300만 달러, 수입은 248억9900만 달러로 37억6500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월 수출이 전년 동월보다는 크게 증가했지만 지난해 12월(360억1000만 달러)보다는 14%나 감소했습니다.

이로써 11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추세도 중단됐습니다. 지경부는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1월 한파의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이 적자 전환의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44.1%, 201%나 급증했습니다.

무역의 중국 의존도도 높아졌습니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지난해 23.8%에서 올 1월에는 29.8%로 늘어나 중국이 긴축기조를 강화할 경우 한국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됨에 따라 상품수지 흑자에 의존해 온 경상수지도 악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이 늘어 경상수지가 전체적으로 흑자를 기록했다면 이는 국내 생산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외화를 많이 벌어들이면 외국에 진 빚을 갚을 수 있어 외채도 줄어들지요.

하지만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버는 이유는 외국으로부터 좋은 물건들을 수입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므로 수입 감소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폭이 증대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 경상수지 흑자폭이 너무 커지면 국제사회에서 무역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경상수지 흑자는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꼽힙니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은 한 해 수천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보이는 반면 중국 등 수출국들은 큰 폭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무역적자로 빠져나간 달러는 흑자국들이 미국 국채와 달러표시 자산을 매입하면서 다시 미국으로 흘러들어갑니다. 이것이 미국 내 자산버블을 일으켜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지요.

이 ‘글로벌 불균형’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앞으로 세계경제 구도를 판가름할 주요 변수가 될 것입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