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들이 급증하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지출을 늘린 결과다. 적자를 줄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향후 7년 동안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난제는 국가부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국가안보 위협까지 간 미국 美 눈덩이 재정적자에 비상 국채 찍어내며 메우는 상황… 신뢰위기땐 한순간 추락 위험
미국은 지난해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지출을 늘리면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로 끝난 2009 회계연도의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인 1조4000억 달러였다.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 제출한 2011 회계연도 예산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올해 9월로 끝나는 2010 회계연도에 재정적자가 1조55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상 최대치다. 내년에도 1조3000억 달러의 재정적자가 추가로 발생하는 등 향후 10년간 총 8조5000억 달러의 적자를 낼 것이라는 게 백악관의 추산이다.
이처럼 재정적자가 발생하면 국채를 발행해 충당해야 하므로 곧바로 국가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2009 회계연도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53%에 이르며 올해엔 64%로 높아진다. 미국 정부 추산으로는 2015년에는 73%, 2020년에는 8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급증하면서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국채상환 능력에 대한 신뢰마저 추락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 7조5000억 달러 가운데 약 절반은 중국 등 외국이 국채 등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중국 등이 미국의 국채 매입을 꺼리면 당장 금리가 치솟게 되고 미국경제는 한순간에 벼랑 끝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부채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일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축소 조치가 추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AAA’ 등급에서 강등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 재정적자 만성화된 일본 日 채무 900조엔 돌파 전망 국민 1인당 706만엔 빚더미… 위기의식 옅어져 더 문제
일본의 국가부채는 해마다 막대한 규모로 늘어 2009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에 처음으로 900조 엔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년간 지속된 경기침체로 세수는 줄었지만 정부가 돈을 풀어 각종 경기부양책을 써온 탓이다. 지난달 말 일본 재무성이 국회에 제출한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도 국가부채는 900조1377억 엔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부채란 중앙 및 지방정부가 발행한 각종 채권(국채 및 지방채)을 비롯해 정부가 은행에서 빌린 각종 차입금과 외국환관리특별증권과 같은 정부단기증권을 모두 합친 것. 2009년도 명목 국민총생산(GNP)이 471조 엔(추정치)임을 감안하면 GNP의 1.9배에 이른다. 이를 일본 총인구(1억2747만 명)로 나누면 일본 국민 한 사람이 약 706만 엔의 엄청난 빚을 떠안고 사는 셈이다.
문제는 일본의 국가부채가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0년도만 해도 중학생 이하 자녀에게 다달이 1만3000만 엔을 직접 나눠주는 아동수당과 농가소득보전 등 각종 복지정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 등 세수가 세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이미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모자라는 돈은 고스란히 국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2010년도 일반회계 예산은 사상 최대인 92조3000억 엔에 이르고 신규 국채발행액도 과거 최대인 44조300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재무성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한 경제전문가는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일본의 국채 등급을 하향조정하는 등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일본 내에는 위기의식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유럽도 해결책 없어 초비상 英 올해 적자 GDP 12.5% 예상 佛-獨도 재정정책 딜레마 빠져… 그리스 위기 유로존 파급 우려
유럽은 경기회복이 미국보다도 늦다. 경기침체를 벗어나려면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재정적자를 줄이자니 경기침체가 길어질 우려가 있어 적절한 정책을 찾기는 지난해보다 더 힘들어졌다. 영국 프랑스 독일 중 영국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영국의 올해 적자규모는 GDP의 12.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와 독일은 영국보다 낫지만 역시 심각하다. 프랑스와 독일은 올해 적자규모를 각각 GDP의 8.2%, 7.2%로 전망했다.
유럽연합(EU)의 재정안정화방안에 따라 두 나라는 2013년까지 적자규모를 3% 이내로 줄여야 할 의무가 있다. 에리크 뵈르트 프랑스 예산장관은 “프랑스는 적자규모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경기부양에 필요한 예산외의 정부지출은 축소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국민들에게 “독일도 올해는 아니더라도 내년부터는 정부지출 축소에 들어갈 것이므로 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영국은 유로화가 아니라 독자적인 파운드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2013년까지 3%로 줄여야 하는 제한은 받지 않는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영국은 적자규모를 2011년부터 시작해 4년간 절반으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의 상황은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지에서 더 심각하다. 세계 금융시장에 불안을 몰고온 그리스 재정악화는 스페인(GDP의 9.5%), 포르투갈(GDP의 9.3%) 등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 파급될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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