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전자제품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인 ㈜케스텍코리아는 올해 경기회복에 따라 생산물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만큼 걱정도 커지고 있다. 부품 제작에 없어서는 안 될 페로망간과 페로크롬 같은 희소금속의 가격이 연초부터 급격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이영석 과장은 “연초 주요 희귀금속의 가격 상승세가 최근 몇 년간 기준으로 보기 드물게 가팔라 지금부터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휴대전화, 자동차 같은 한국의 핵심 수출품의 부품 재료나 원료로 많이 쓰이는 희소금속의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4일 조달청에 따르면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희소금속 10종류 중 4종류의 연초 가격 상승폭이 2006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청이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주요 희소금속의 지난해 12월 평균 가격과 올해 1월 평균 가격을 분석한 결과 10종류의 희소금속 가격이 모두 올랐다. 특히 최근 5년간 연초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페로바나듐, 인듐, 페로몰리브덴, 페로크롬 등의 t당 가격은 17∼32%나 올랐다.
조달청 원자재총괄과의 최충석 연구원은 “아직 연초이고 당장 심각한 문제가 터지는 것은 아니지만 희소금속의 가격 상승 흐름은 이미 정부와 업계에서 부담을 느끼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는 올해 희소금속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확산되면서 산업 생산도 활발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희소금속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
조달청에 따르면 주요 희소금속의 비축 목표를 60일로 할 경우 지난해에는 3만3000t만 수입하면 됐지만 올해는 수요가 늘어 6만6000t이 필요하다. 특히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희소금속 생산 프로젝트들이 대거 중단 또는 감산됐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최 연구원은 “다른 원자재들과 달리 희소금속은 생산지가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소수 나라에 집중돼 있고, 선물거래소 등에 상장돼 있지 않아 조그만 생산량 변화에도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의 고민은 이런 가격 변동 상황에 대처할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희소금속 가격이 계속 폭등할 경우 마땅한 대안이 솔직히 없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비축 재고량을 늘리면서 가격 급등 상황이 올 경우 적절량을 방출한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조달청 김병안 원자재총괄과장은 “유사시에는 폐기되는 전자제품에 있는 희소금속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더욱 큰 비축시설을 마련해 비축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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