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 G2 리스크 반영한 조정기엔 기다림이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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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주식시장이 출렁거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미국 은행규제 발언과 중국발(發) 긴축정책 우려에 글로벌 증시가 화들짝 놀랐다. 마치 ‘동작 그만’이라는 호령이 떨어진 것 같은 분위기다. 고기가 알맞게 익고 술잔이 한 순배 돌면서 기분 좋은 회식자리가 막 시작되는 순간 불청객이 나타난 듯 투자자들의 인상이 구겨진다.

하지만 냉정히 살펴보면 일찌감치 예고된 일이다. 미국을 보자. 지난해 미국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일단 불부터 끄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제 화재가 어느 정도 진화되었으니 방화범에 대한 문초가 뒤따라야 한다. 더 나아가 재발 방지를 위한 각종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이번 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거대 투자은행들의 잘못된 영업방법과 탐욕이라는 데엔 이론이 없다. 자기자본의 30배 가까운 부채를 빌려 위험자산에 집중 투자해 벌면 내 것이고 잃으면 국가가 혈세로 메워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를 더 용인할 수는 없다. 더욱이 정부의 엄청난 지원과 실물 경제의 희생 아래 살아남은 투자은행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번 돈이 마치 임직원들의 성과인 양 보너스 잔치까지 벌였다. 2008년에 못 받은 보너스까지 챙겨 주겠다고 했으니 몰매를 자초했다. 그렇다고 미국 정부의 은행규제가 감정적인 대응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유사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적절한 규제와 감독방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잠시 은행업의 위축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앞으로 수십 년의 평화를 위해 큰 위험을 제거하는 일이다.

중국은 지난해 금융위기 와중에서도 8.6%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게다가 이대로 가면 올해 최소 8%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적절히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과속이 되고 자산 버블이 생긴다. 만약 중국의 자산 거품이 터지면 금융위기 이상의 충격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사전 예방조치에 나선 것이다. 성장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정 성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최근 증시 조정에 그리 안색이 변할 것 없다. 다만 두바이 사태 이후 너무 조급하게 증시가 반등한 것이 이번 하락에 빌미를 제공했다. 게다가 각종 테마주 열풍과 극심한 단기 매매가 만연했다. 한 번쯤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시장은 사실상 조정기에 진입했다. 아직 그 연장선상에 있다. 대세 상승을 위한 에너지 축적 기간이다. 조금 더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과욕은 시장을 더 심술부리게 할 뿐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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