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대규모 ‘리콜 사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가운데 국내 자동차회사들도 품질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국내외 협력업체에 품질관리 점검팀을 내려 보내는 등 부품 안전성에 대한 특별점검을 벌이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정몽구 회장이 1일 경영전략회의에서 “도요타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철저한 품질관리를 강조한 직후 나온 조치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1차 협력회사 380여 개 중 차량 안전과 직결된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품질 점검을 하고, 해외 협력회사에는 품질 점검 기준을 제시해 자체 점검을 실시하게 한 뒤 이달 중순 본사에서 점검팀을 보내 실사(實査)를 벌이기로 했다.
도요타 차량에서 문제가 됐던 가속페달이나 제동장치 등 핵심 부품은 1차로 협력사에서 품질을 검증한 뒤 이를 다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 및 구매팀에서 2차로, 모듈 조립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에서 3차로 점검하는 3단계 검증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GM대우자동차 등 다른 자동차회사들도 품질관리 강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GM대우차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지난달 말 창원공장 생산현장으로 출근해 국내 시장 출시를 앞둔 경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와 수동 변속기의 완벽한 품질 확보를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국내 자동차회사들에 품질 비상이 걸린 것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2만여 개의 부품 중 상당 부분을 2차, 3차, 4차 협력회사에서 조달하기 때문이다. 도요타처럼 폭발력을 가진 결함이 잠복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자동차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회사들은 품질 관리 강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대·중소기업 간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도요타가 빠진 함정을 피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선 자동차회사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납품 단가부터 현실화해 숨통을 터주어야 한다는 것이 협력회사들의 주문이다.
현대차 2차 협력회사인 A사 대표는 “지난해 현대차가 1차 협력회사에 품질등급을 올릴 것을 요구함에 따라 우리도 품질강화 작업에 나섰다”며 “납품 직전에 전수 검사체제로 바뀌면서 비용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한편 도요타 리콜사태 여파로 도요타 차량의 국내 1월 등록대수가 지난달에 비해 급감했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월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도요타가 441대로 지난해 12월보다 33.1% 줄었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도 1월에 320대가 등록돼 12월보다 37.0%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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