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들이 수모를 당하고 있다. 막강 제조업의 신화는 사라지고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에 금이 갔다. 도요타자동차는 대규모 리콜 사태에 시달리고 있고 소니는 가전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줬으며 일본항공(JAL)은 적자에 허덕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여기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무엇인가? 변하지 않는 기업은 망한다는 것이다. 지금 전 세계는 수출전쟁이자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상대는 나의 변화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내가 변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적으로는 환율정책을 자국에 유리하게 펴고 기업은 보수적인 환율 가정 하에 경영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경제학에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 효과(neighbor beggaring effect)’라는 것이 있다. 자국통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 수출을 증가시키고 상대 교역국의 수입은 늘리도록 하는 보호주의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 중국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위안화를 달러당 6.82위안에 고정시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보호무역 조치의 일종이다. 최근 주식시장의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재정 불안도 따지고 보면 위안화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유로화가 불러온 경제 불균형이 일으킨 문제다. 기준금리 인상 대신 지급준비율 인상, 직접 대출 규제, 어음 재할인금리 인상 등 최대한 환율에 영향을 적게 주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긴축정책을 펴는 모습을 보면 위안화 환율을 지키려는 중국 정부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벌어진 것도 환율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2007년 중 100엔당 700원대였던 원-엔 환율이 지난해엔 100엔당 1500원대로 치솟았던 것(원화 가치는 하락)을 보면 왜 한국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훨훨 날고 있을 때 일본기업들이 무기력에 빠졌는지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국가가 환율정책을 바꾸지 못하면 기업이 적응해야 한다. 일본과 PIGS의 공통점은 변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환율전쟁에 당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달러화를 약하게 가져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살아남는 자는 변한 국가와 변한 기업이다. 투자자들은 환율전쟁에서 패배한 자들을 보고 놀랄 것이 아니라 승리한 자들만 골라 전리품을 나누면 되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