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RAND]석동빈 기자의 ‘Driven’/아우디 ‘Q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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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8일 03시 00분


‘크르릉…’ 170마력 디젤엔진 시동
중형세단의 가속력… 핸들링

저속땐 조용하지만 80km넘으면 소음
뛰어난 종합성능… 럭셔리한 인테리어…

아우디 ‘Q5’의 장거리 테스트에 나섰다. 10일간 총 주행거리는 약 2000km. 서울∼부산∼강원 용평스키장∼부산∼서울의 코스다. 이번이 Q5의 두 번째 시승이어서 서둘러 장단점을 살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천천히 느껴보기로 했다.

○ 적당한 출력과 연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부근에서 출발했다. 스마트키를 슬롯에 넣고 시동을 걸었다. ‘크르릉’ 2.0L 디젤엔진이 깨어났다. 가솔린엔진보다는 소음과 진동이 있지만 그래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시속 50km를 넘으면 가솔린엔진과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엔진음은 줄어든다. 서울 시내를 빠져나와 중부고속도로에 올렸다. 크루즈컨트롤을 시속 120km에 맞췄다. 정밀 GPS 측정장비에 나타난 실제속도는 시속 115km. 트립컴퓨터가 보여주는 연료소비효율(연비)은 시내구간에선 L당 9km이던 것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해 고속도로에서 한 시간 정도 달렸을 때 13km를 찍었다.

급가속을 시도해봤다. 170마력에 35.7kg·m의 적지 않은 출력이지만 2t에 이르는 차량 무게 탓인지 2.0L급 중형세단 정도의 가속력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200km까지 올라간다. 시속 180km까지는 별로 답답하진 않지만 그 이상은 확실히 더디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지만 바쁘게 길을 갈 때는 출력이 약간 아쉽다. 200마력 정도였다면 좋을 듯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린 시간(제로백)은 11초. 제원보다 약 1초가 늦다. 여러 차례 측정을 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아우디 차량 수십 대를 측정해왔지만 제로백은 항상 제원보다 0.5∼1초 느리게 나온다. 가속력 테스트로 연비는 L당 12km까지 떨어졌다.

실내 정숙성은 양면적이다. 시속 80km까진 괜찮지만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타이어 소음이 슬슬 증가해 거슬리기 시작한다. 아웃사이드 미러나 A필라, 파노라마선루프 등에서 들리는 바람소리는 상당히 절제돼 있어서 타이어만 저소음 제품으로 바꾼다면 훨씬 쾌적할 것 같다.

주행능력 테스트를 끝내고 이번엔 시속 100km에 크루즈컨트롤을 맞췄다. 연비는 다시 슬금슬금 올라간다. 최대한 정속주행하며 부산 해운대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행거리는 431km. 연비는 L당 14.9km까지 올라갔다. 서울에서 가득 채운 연료계는 2분의 1 눈금 약간 위에 머물렀다.

○ 적재함과 뒷좌석은 약간 아쉬워

부산에서 용평스키장으로 출발하면서 짐을 실었다. 차의 크기로 볼 때 적재함은 약간 작았다. 길이 165cm 카빙스키 2개가 제대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대형슈트케이스와 부츠가방 2개, 카메라가방, 노트북가방을 먼저 넣고 스키 2개는 대각선으로 어렵게 구겨 넣었다. 4명이 승차했기에 뒤 시트를 접을 수가 없어 긴 화물을 싣기가 곤란해진 것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도 스키스루가 필요할 것 같다. 약간의 불평이 있긴 해도 승용차였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적재량이긴 하다.

경부-중앙-영동고속도를 차례로 타고 용평스키장으로 향했다. 평균속도는 시속 110km. 중간에 휴게소에 들른 시간을 감한하면 꽤 빠른 속도로 이동한 셈이다. 4명이 탑승하고 짐도 70kg 실었기 때문에 혼자 탔을 때보다 연비는 떨어졌다. 용평에 도착했을 때 총 주행거리는 1000km, 누적연비는 L당 12km였다.

용평으로 가는 도중 뒷좌석 탑승자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승차감이 좋지 않단다. 튀는 느낌이 많이 나고 흔들림도 제법 있다고 한다. “본래 SUV의 뒷좌석은 그런 것”이라고 말해줬다. 특히 SUV는 차체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뒷좌석 승차감은 떨어진다. 그러나 Q5의 앞좌석은 승용차와 큰 차이가 없다. 불편해하는 동승자를 다독이며 용평으로 진입했다.

용평 일대는 폭설이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통 눈밭. 4륜구동 체험은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스노타이어가 아니어서 강력한 눈길 견인력은 없었지만 웬만한 오르막길은 어렵지 않게 해치웠다. 하지만 랜드로버 ‘레인지로버’가 가진 지옥의 험로주파 능력이나 비정상적인 핸들링 능력을 보이는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의 액티브한 4륜 구동은 분명 아니다. 합리적인 도심형 4륜이랄까. 대부분 아스팔트를 달리다 간혹 눈길이나 비포장을 가볍게 주행하는 능력을 덤으로 가진 정도로 봐야겠다.

용평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 대관령과 동해안 쪽에 엄청난 강풍이 불었다. 승용차도 옆으로 슬슬 밀릴 정도였다. SUV는 옆바람에 취약한데 Q5는 생각보다는 강풍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 승용차보다 약간 떨어지는 정도다. 동해안 쪽 길을 통해 부산까지 5시간 만에 도착했다. 연비는 그대로 L당 12km를 유지했다. 그러나 교통체증이 심한 부산 시내에서 며칠간 150km를 주행하자 누적 연비는 10km 선으로 하강했다.

이제 서울로 복귀하는 일만 남았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평균 시속 130km의 빠른 속도로 3시간 만에 올라가봤다. 정확한 총 주행거리는 1955km, 누적연비는 L당 9.9km까지 곤두박질쳤다. 아무래도 차체가 높고 전면 투영면적이 넓은 SUV는 속도가 높아질수록 승용차보다 연료소모가 많았다. 일반적인 서울 시내주행 연비는 L당 10km 안팎, 시속 100km 정속주행 연비는 15km, 시속 160km 이상 고속주행 연비는 7∼8km 수준으로 보면 된다. 차체의 무게와 크기에 비하면 나쁘지는 않은 연비다.

○ 뛰어난 종합 성능과 뛰어난 인테리어

처음 Q5를 몰았을 때는 핸들링이 승용차과 거의 같고 SUV 특유의 굼뜬 반응이 확 줄었다고 느꼈는데 장기간 운전을 하다보니 승용차와 기존 SUV의 중간쯤이었다. 운전대를 돌릴 때 초기반응과 좌우로 연속 커브길을 빠져나갈 때 차의 앞머리가 운전자의 의도를 추종하는 속도가 일반 중형승용차보다는 약간씩 더뎠다. 그러나 일단 자세를 잡고 커브길을 돌아나가는 능력은 승용차 부럽지 않을 정도로 안정감이 있었다. 시승차는 일반모델이었는데, 이전에 탔던 액티브 서스펜션이 들어간 윗급 다이내믹 모델은 승차감과 핸들링이 더 좋았다.

Q5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개인들의 몫이지만 거대한 싱글프레임 그릴은 아직도 어색하고 약간은 괴이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2000년대 중반 이전 차분한 아우디의 모습이 개인적으로 더 좋다. 그래도 아우디 최신 모델들의 인테리어는 혁신적이다. 시트는 착좌감이 좋고, 유선형으로 솟아오른 센터패시어와 시프트노브 주변의 금속 질감을 살려낸 마감재, 조그셔틀 방식의 메뉴 컨트롤러와 세련된 버튼 느낌은 동급 럭셔리 모델보다 약간 앞서는 듯하다. 다만 Q5는 중앙 모니터의 크기가 작은 것은 아쉬웠다. Q5는 전반적으로 안락함을 주는 차는 아니지만 ‘신상’ 디자인이 주는 상쾌함과 편의성 효율성 운전질감 등 종합적인 평가는 좋게 줄 수밖에 없다. 85점은 된다. 판매 가격은 일반 모델 5870만 원, 다이내믹 모델은 6360만 원이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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