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 위기가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코스피도 급락하며 1,600을 밑돌았다. 그리스에 이어 포르투갈 스페인도 재정적자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가 부도 리스크가 시장을 강타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는 강세로 돌아섰고 미국 국채 가격은 급등했다. 주식과 상품 가격은 급락을 면치 못했다.
단기적으론 유럽 재정 위기의 확산 정도에 따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몇 가지 요인을 점검해야 한다. 먼저 남유럽의 재정 위기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중요하다. 동유럽 및 두바이 사태처럼 미국발 금융 위기의 여진인지, 아니면 글로벌 재정 위기의 출발인지가 관건이다. 금융에서 터진 것을 재정으로 막다가 다시 터졌기 때문에 일단 금융 위기의 여진으로 볼 수 있다. 둘째, 국가 부도 리스크. 현실적으로 국가 부도 위험은 높지 않다. 특정 국가의 부도가 아닌 유로지역 전체의 부도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유럽연합(EU)이 진화에 전력투구할 것이다. 셋째, 해법 찾기. 거시경제 관점의 해법은 재정 축소 및 건전화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세수 확대와 재정지출 축소가 병행돼야 하는데 광범위한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
EU와 유럽중앙은행(ECB)이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 EU 집행위원회가 유로 채권(euro bond) 발행 권한을 부여받아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회원국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과거 EU 집행위원회는 헝가리와 라트비아에 긴급자금 지원을 위해 유로 채권을 발행했고 ECB가 자금지원 업무를 수행했었다. 유로 채권을 그리스 같은 회원국 정부가 발행하되 유로지역 정부가 공동으로 지급을 보증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구체적 해법이 나와야만 이슈가 진정될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잃은 것은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동시다발적 경기 부양과 저금리 기조, 경기의 바닥 통과를 근거로 위험자산 투자가 곳곳에서 살아났는데 이번 사태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달러 강세와 달러 캐리트레이드 청산이 맞물릴 수 있고 상품시장과 주식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얻은 것은 글로벌 출구전략이 늦춰진다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ECB 모두 올해 금리 인상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의 금리 동결에서 보듯이 긴축을 이미 시작한 국가도 신축적 대응으로 선회할 것이다. 정부에서 민간으로 성장 주체의 이전이 더디고 돈이 돌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실물보다 금융시장에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의 불확실성으로 주가 바닥을 예단하기 어려워졌다. 주가 급락으로 시장이 과매도 국면에 들어선 것은 분명하지만 안정을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과도한 비관은 금물이다. 이번 주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과 미국의 1월 소매판매 발표가 예정돼 있다. 한국은행은 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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