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금호 경영권보장 철회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8일 03시 00분


민유성 회장 “오너일가, 지분 위임 약속 안지켜”… 오늘 회의 열어 결정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 일가에 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지난 주말까지 금호 관련 지분 전체를 담보로 내놓고 처분을 위임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금호 오너 일가 일부가 이를 거부해 금호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채권단은 경영권 보장, 채무 만기 연장 등 기존 제안을 모두 철회하겠다며 금호 측을 압박했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7일까지 대주주 책임을 이행하라고 통보했으나 일부 오너 일가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3년간 경영권 보장, 1년간 채무 만기 연장, 금호석유화학의 자율협약 등 기존 제안을 모두 철회하고 8일 채권단 회의를 열어 합법적인 범위에서 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삼구 명예회장 측은 채권단에 협조할 뜻을 밝혔지만 동생인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 일부 오너 일가가 주식 처분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채권단과 금호 측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로 넘어가고, 자율협약 대상인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또는 법정관리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민 회장은 이에 앞서 6일 기자들과의 산행에서 “채권단은 손해를 감수하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워크아웃 준비를 마쳤는데 대주주 일가 중 일부가 치사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개인적인 주판알을 놓고 있는데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오너 일가가 보유한 주식을 넘기지 않으면 그룹을 컨트롤할 수 없다”며 “데드라인인 7일까지 넘기지 않으면 경영권이고 뭐고 없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채권단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금호 측과 양해각서(MOU)를 통해 오너 일가에 3년간 경영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 회장은 “대주주가 책임을 이행하지 않아 신규 자금이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며 “설 연휴 전 신규 자금이 안 들어가면 직원 월급을 못 주고, 공장 가동이 멈출 수밖에 없다. 그러면 협력업체의 줄도산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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