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휘 우리은행장
서울 영동시장 지원가게 방문
李행장 “이용문턱 낮춰 영세상인들 미소짓게 할것”
이종휘 우리은행장(오른쪽)과 이순우 수석부행장(왼쪽)이 8일 미소금융 지원을 받은 박영자 씨의 반찬가게를 찾아 함께 호박전을 부치고 있다. 사진 제공 우리은행
8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권에서 몇 안 남은 재래시장인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 김치, 밑반찬, 전을 주로 파는 ‘충남반찬’의 박영자 씨(57)는 가게를 방문한 이종휘 우리은행장에게 자신이 누린 미소금융 혜택을 더 많은 사람들이 받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부자들은 빚을 잘 안 갚을지 몰라도 소상인들은 어떻게든 갚습니다. 시장에 한 번만 와서 보면 시장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알게 될 겁니다.” 설을 앞두고 일감이 밀려 있는 박 씨 옆에서 이 행장과 이순우 수석부행장은 동태포와 오색꼬치를 함께 구웠다. 33m²(10평) 남짓한 작은 가게가 금세 훈훈해졌다.
박 씨는 1995년 영동시장에서 개업할 때 한 시중은행에서 창업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외환위기 이후 경기가 나빠 일시적으로 연체자가 됐다. 사정이 나아지면서 박 씨는 대출금을 모두 갚았지만 은행에서는 그에게 다시는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
자금이 급해지면 박 씨는 ‘일숫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 100만 원을 빌리면 100일 동안 매일 1만2000원씩 갚는 조건으로 100일 이자가 20%에 이르는 초고금리였다. 한 달 내내 밤낮없이 일해 200만∼300만 원 수익을 올리는 그는 빚을 모두 갚고 알뜰살뜰 돈도 모았지만 노후한 식기자재 교체비용 1000만 원을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달 중순 고민하던 그는 우연히 ‘미소금융재단’ 홍보 광고를 접했다. 바로 다음 날 전화상담원이 안내해준 우리미소금융재단을 찾았다.
“수십 명이 상담을 받고도 대부분 자격이 안 된다며 돌아가기에 저도 큰 기대를 안 했어요. 그런데 이틀 만에 자격이 된다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500만 원의 운영자금 지원을 받은 박 씨는 거치기간 없이 매달 8만8000원씩 5년간 갚기로 했다. 5년간 총이자가 28만 원밖에 안 되는 연 2.0%의 초저리 대출이다. 그는 “조만간 식기자재를 바꾸면 반찬도 더 많이 만들 수 있고 장사도 잘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박 씨 가게에서 일을 돕던 이 행장은 “박 씨는 영세상인들을 지원해 자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미소금융의 취지에 맞는 롤모델”이라고 격려했다. 자격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미소금융 수혜자가 예상보다 적다는 지적에 대해 이 행장은 “아직 시행 초기 단계라 제도가 충분히 정착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건실하게 자활하려는 영세상인들에게 미소금융이 힘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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