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는 3일 ‘한국에 대해 좀 더 낙관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독자 기고를 실었다. 이 신문은 1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로 일관했지만 최근에는 논조가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3일자에는 ‘FT가 한국에 대해 좀 더 낙관적이면 좋겠다(I’d like to see the FT a little more upbeat about S Korea)’라는 제목의 독자투고가 실렸다. 지난달 28일 이 신문이 “삼성전자의 혁신성 부족이 장기적으로는 수익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반론 성격의 글이다.
런던에 사는 매슈 잭슨 씨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미국에서 3611건의 특허를 따내 IBM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일본항공(JAL)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반면 인천국제공항은 일본의 공항들을 앞지른 것을 거론하며 “FT가 한국에 대해 덜 회의적이면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정부 관계자는 9일 “FT가 이런 투고를 실은 것을 보면 한국에 대한 평가가 사뭇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12월에도 “영국 언론은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영국 리즈대 에이던 포스터카터 명예 선임연구위원의 기고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FT는 그동안 한국 경제를 폄훼하는 기사를 여러 차례 내보내 한국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이 신문은 2008년 8월 ‘1997년으로 되돌리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 가계부채를 문제 삼으며 “외환위기 때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썼다. 그해 10월에는 ‘아시아에서 금융위기의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고 1개 면을 통째로 할애해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기사를 실었다. 정부는 그때마다 해명자료를 내기 바빴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FT의 시각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민 기획재정부 외신대변인은 “한국 경제에 회의적이었던 외신들도 지난해 4월부터는 상당수가 ‘이제 바닥을 친 것 아니냐’고 묻더라”라며 “비관적 전망과 달리 한국 경제가 위기에서 잘 버티고 회복하면서 외신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FT는 지난해 5월 ‘한국에 투자하기(Invest in South Korea)’ 특집판을 냈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투자에 대한 시각 차로 사사건건 한국 정부와 갈등을 빚던 전임 FT 서울지국장이 바뀐 것이 보도 경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외신대변인을 뽑고 영어 브리핑을 제공하며 외신과의 스킨십을 강화한 것도 도움이 됐다.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들은 지난해부터 서울에 주재하는 외신기자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한국 경제의 현안에 대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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