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미적거리는 정부와 변화를 싫어하는 직원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입니다.”
미국 뉴욕을 방문한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56·사진)은 9일(현지 시간)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공기업 사장으로 맘껏 일하는데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공기업 CEO의 어려움을 표현했다. 그는 “정부에는 정책 만들어 달라고 졸라야 하고 직원들은 변화와 혁신을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이어 “우리는 아직 관광산업에 대한 인식이 한참 떨어진다”며 “심지어 청와대 일부에서 ‘한국이 관광할 게 뭐 있느냐’는 식으로 얘기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 사장은 관광객 유치에 앞장서겠다며 그 복안으로 문화유산과 역사에 ‘스토리텔링’을 접목하면 외국인들을 매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류’의 대표 드라마인 ‘대장금’을 예로 들며 “경복궁의 수라간을 복원해 ‘장금이’가 어떻게 수랏상을 준비했는지 보여주고 얘기해주면 외국인들이 얼마나 큰 호기심을 보이겠느냐”고 말했다. 또 “많은 한국 사람이 세종대왕을 존경하면서도 세종대왕께서 어디에서 한글을 만드셨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세종대왕께서 경복궁 수정전에서 집현전 학사들과 함께 어떤 과정으로 한글을 창제했는지를 외국인들에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독일 하이델베르크에는 ‘철학자의 길’이 있다”며 “경치도 별로 볼 것 없는 평범한 오솔길에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것은 괴테, 헤겔, 베버 등 사상가들이 이 길에서 산책을 했다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화성시에 있는 융건릉을 예로 들면서 “아버지인 사도세자에 대한 정조의 효심은 문화유산에 얽힌 대표적인 스토리”라며 “이 부근에 ‘효 문화 컨벤션센터’를 짓는 구상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정조대왕의 무덤인 건릉과 아버지 사도세자가 묻힌 융릉 주변의 땅에 고층아파트를 건설하려 하지만 3000억 원 정도 있으면 아파트 대신 한국만의 스토리가 있는 센터를 지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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