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VIP 1人고객이 웬만한 기업보다 낫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1일 03시 00분


국내기업 중동진출 활발
KOTRA, 가이드북 발간

요즘 한국도자기 해외사업부 사무실은 텅 비어있다. 직원 모두가 7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로 떠났기 때문이다. 이들이 아부다비로 향한 것은 10∼13일 열리는 중동 최대 규모의 웨딩 박람회 ‘아부다비 웨딩쇼’ 때문이다.

“중동에는 사회적 지위나 부를 최대한 과시하는 결혼식 문화가 있어요. 부유층들은 결혼식에 쓸 손님용 식기를 빌리지 않고 모두 맞춤 구입하죠. 결혼식 한 건에 필요한 식기가 많게는 수천 개에 이르는 만큼 이 고객들을 잡는 게 매우 중요해요.”(한국도자기 관계자)

이 관계자는 “때로는 중동 개인고객 1명의 주문량이 웬만한 기업의 것을 능가하는 사례도 있다”며 “처음 참가하는 이번 쇼를 위해 (중동 고객 취향의) 금과 보석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고급제품 30여 종을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둑한 현금보따리를 자랑하는 중동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국내외 기업의 전략이 다양하다. 특히 지난 연말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에 성공하면서 중동 시장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LG전자는 지난해 여름 중동에서 12억 명의 이슬람 고객을 타깃으로 한 ‘메카폰’을 선보였다. 나침반 기능을 내장한 메카폰은 세계 어디를 가든 ‘메카(이슬람 성지)’의 방향을 표시한다. 하루 5번 기도 시점을 알려주는 알람기능도 있다. 기도 도중 걸려온 전화는 자동 거절하고, 양해 문자까지 보낸다. KOTRA는 중동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들을 위해 10일 ‘중동·북아프리카 비즈니스문화 가이드’를 발간했다. 이 책에서 KOTRA는 중동과 한국의 가장 큰 문화적 차이로 ‘빨리빨리’를 꼽았다. KOTRA는 “중동 사람들은 재촉당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긴다”며 “인내심이 사업 성사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중동에 불고 있는 ‘한류(韓流)’ 바람을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실제 LG전자는 지난해 7월 이란 지역 광고에 드라마 ‘주몽’의 주인공 탤런트 송일국 씨를 기용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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