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121만명 아우성인데… 한쪽선 고급소비재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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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6일 03시 00분


보석 178%-핸드백 61% 수입 급증

할인점 1월 매출 12% 감소
백화점은 5%늘어 ‘대조적’
정부 ‘소비 양극화’ 대책 부심


핸드백 모피 귀금속 위스키 등 값비싼 외제품 수입이 지난달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한편에서는 실업자 수가 120만 명을 넘고 할인점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따라 소비 양극화가 소득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5일 분석한 ‘주요 소비재 수입동향’에 따르면 △여성 소비품(화장품 모피의류 핸드백) △고급 내구재(귀금속 승용차 골프용품) △기호품(위스키 담배 와인) 등 9가지 고가품의 1월 수입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178.1% 증가했다. 와인을 제외한 8가지 제품의 수입 증가율은 전체 소비재의 평균 수입 증가율(19.1%)을 크게 웃돌았다.

화장품은 지난달 6300만 달러어치가 수입돼 지난해 1월보다 36.0% 늘었다. 천연물질을 사용한 이른바 ‘자연주의 화장품’을 고소득 여성이 많이 찾았기 때문이라고 백화점업계는 분석했다. 모피의류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고온 등의 영향으로 2007년부터 3년 연속 수입이 줄었지만 올해 1월 수입액 증가율은 60%에 육박했다. 외국에 비해 국내의 모피 사용 반대운동이 덜한 데다 최고급 모피를 구입하는 고소득층이 예년보다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용 기간이 긴 고급 내구재 중에선 금 다이아몬드 같은 귀금속 수입액이 지난달 1억7100만 달러로 9가지 주요 소비재 가운데 가장 높은 178.1%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 1월 외제차 수입 규모는 지난해 1월의 2배에 이르렀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제품 결함 사실이 드러나기 전 주문한 물량이 국내로 많이 들어왔기 때문.

지난해 토종 술인 막걸리를 찾는 수요가 늘어 전년보다 수입액이 1억 달러 이상 줄었던 위스키와 와인 수입규모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외국산 담배는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23%가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고가 소비재 수입이 급증한 것과 달리 서민들이 많이 찾는 할인점의 1월 매출 규모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9% 감소했다. 고소득층이 많이 찾는 백화점의 1월 매출이 4.9%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최근 고소득층이 비싼 소비재를 선호하면서 소비양극화 현상이 심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경제상황을 감안해 소비 규모를 조절하지만 고소득층은 경기와 상관없이 기호에 따라 소비량을 늘린다는 것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고가품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고소득층이 과잉소비를 하고 저소득층은 구매력이 떨어져 소비를 어쩔 수 없이 줄이는 상황이라면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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