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전자 두뇌’ 자동차 똑똑해서 좋긴한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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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자동차의 리콜사태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각종 전자장치에 대한 불신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24일부터 열리는 미국 의회의 도요타 청문회에서 전자식가속제어장치(ETC·Electronic Throttle Control)의 결함이 집중 거론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동차용 전자장치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자동차에 전자장치는 왜 필요할까요. 경제성과 안전성, 편의성 3가지 때문입니다.

1980년대 초까지 자동차는 완전 기계식이었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엔진에 전자식 컨트롤 장치(ECU·Electronic Control Unit)가 붙으면서 전자화가 진행됩니다. 처음으로 자동차에 두뇌가 생긴 것이죠. ECU의 등장에 따라 전자식으로 정밀하게 엔진을 컨트롤 하게 되면서 과거 기계식 카버레이터 엔진에 비해 연료소비효율이 크게 높아졌죠. 이어 잠김 방지 브레이크(ABS)가 도입돼 사고율을 낮추기 시작합니다. 1990년대 초반엔 차체자세제어장치(ESC 혹은 VDC)가 개발돼 자동차는 운전자의 실수를 줄여주며 ABS보다 적극적으로 안전에 개입하게 됩니다. 커브길에서 차가 미끄러지면 엔진의 출력을 줄이고 4개의 바퀴에 선별적으로 브레이크 압력을 가해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줍니다.

이번에 미 의회가 문제를 삼으려는 ETC는 1990년대 말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가속페달에 강철케이블을 연결해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와 연료량을 조절했던 기계적 방식에서, 가속페달은 밟는 양만큼 신호만 주고 모터가 조절을 대신하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2005년경부터는 운전대마저 전자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오락실에서 사용하는 운전대처럼 운전대를 돌리는 양만큼 모터가 알아서 바퀴를 돌려주는 것이죠. 이로 인해 엔진출력 낭비를 줄이고 좀 더 적극적으로 차량의 미끄러짐에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주차까지 실현됐습니다. 여기에다 액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자동정지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운전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차는 스스로 가고 서고 도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자동차 운행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이죠.

앞으로 위성항법장치(GPS) 및 지능형교통망(ITS), 지능형 카메라와 자동차가 연결되면 미래 영화에 나오는 자동차처럼 자동운전까지도 현실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자장치로 인해 자동차의 효율성과 안전성은 크게 높아졌지만 만약 이런 전자장치에 오류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키게 됩니다. 그래서 자동차회사들은 각종 센서들을 추가해 3중 안전장치를 달아놓습니다.

아직까지 급가속이나 급발진이 법원에서 전자제어 오류로 최종 인정된 사례는 세계적으로 단 1건도 없습니다. 정말 오류가 없었는지, 오류를 밝히지 못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뚜렷한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자동차회사들의 안전기준이 더욱 엄격해지는 계기는 되리라고 기대합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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