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자동차들의 성능과 품질이 크게 향상되면서 4, 5년 전부터 ‘국산차 대(對) 수입차’ 비교시승회가 봇물 터지듯 열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자신감이 커졌고, 소비자와 언론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물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1∼2시간 비교 차량을 타 보는 것으로 품질과 성능을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더러 시승 여건도 공정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일부 수입차업체는 “한국 자동차회사들의 비교시승회는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최근 프랑스 타이어업체인 미쉐린과 현대자동차가 각각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한 비교시승회를 비교해 보면서 ‘비교 시승의 함정과 개선점’을 찾아봤다.》 스페인 시승센터서 열린 미쉐린 타이어 ‘PS3’ 행사
3개 코스 12km씩… 일반도로 주행까지… “충분히 음미”
마른 노면-젖은 노면서 테스트 반복 조건 동일하게 맞춰 꼼꼼하게 비교
8일(현지 시간) 스페인 알메리아에 있는 미쉐린 테스트센터에서 전문 드라이버가 젖은 노면에서의 제동 성능 시험 시범을 보이고 있다. 차량에 GPS가 장착돼 있어 제동 거리를 0.1m 단위로 측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 제공 미쉐린
미쉐린은 8∼12일(현지 시간) 전 세계 자동차담당 기자 150여 명을 초청해 스페인 알메리아의 시승센터에서 프리미엄 타이어인 ‘PS3’ 비교시승회를 열었다. 이 시승센터는 45km² 면적에 시승 트랙은 45곳, 시승 차량은 250여 대가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온 기자 10여 명은 첫날인 8일 시승을 했다.
10여 명을 다시 4개 그룹으로 나눠 △마른 노면에서 핸들링 비교 △젖은 노면에서 핸들링 비교 △젖은 노면에서 제동 비교 △일반 도로 주행 등 4개 코스를 서로 번갈아 진행했다. 1개 코스에 배정된 시간이 1시간 20분씩이고 코스마다 시승 차량이 8대 이상씩 있어 체험 시간은 넉넉했다.
비교 시승은 모델 연식까지 똑같은 차량에 타이어만 다르게 했으며, 경쟁사 동종 제품의 생산 연도까지 확인시켜 줄 정도로 같은 조건을 맞추는 데 철저했다. PS3→경쟁사 제품→다시 PS3로 2km가량의 코스를 2바퀴씩 돌며 코스별로 최소한 12km 이상을 운전하게 했다. 한 모델의 차량으로 비교 시승을 한 뒤 다른 모델의 차로 같은 테스트를 반복했다.
특히 코스마다 레이서 출신의 전문 드라이버가 2, 3명씩 있어 조수석에서 타이어 성능을 체험할 수 있게 한 것이 성능 비교에 큰 도움이 됐다. 고만고만한 운전 실력인 기자가 차를 몰 때에는 막연하게 ‘PS3가 좀 좋은가’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전문 드라이버가 차량을 한계 상황까지 몰아붙이자 고속이나 젖은 노면에서의 접지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시속 100km 가까운 속도에서 코너링을 반복하다 보니 멀미가 나기도 했다.
젖은 노면에서 제동 성능은 차량에 크루즈컨트롤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비를 달아 시속 90km로 정속 주행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시속 80km→시속 10km가 되는 데 걸린 거리를 소수점 단위로 측정했다. 한국 기자들의 반복 측정으로는 PS3가 경쟁 타이어보다 3.9∼5.2m 제동 거리가 더 짧았다.
알메리아=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제주 돌문화공원서 열린 현대차 ‘쏘나타 vs 캠리’ 행사
500m 2개 구간 각각 1km씩 주행… “맛만 살짝” 이벤트성 행사 성격 감안하더라도 타이어 상태 달라 성능 비교 힘들어
지난달 26일 제주에서 열린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F24 GDi’ 시승회에서 참가자들이 차량을 운전해보고 있다. 현대차는 이날 제주시 돌문화공원 주차장에 임시로 마련한 시승 코스에서 쏘나타 F24 GDi와 도요타 ‘캠리 2.5’ 비교시승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현대차는 지난달 26일 제주 제주시 돌문화공원에서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대상으로 ‘쏘나타 F24 GDi’와 도요타 ‘캠리 2.5’를 비교하는 시승 행사를 열었다. 쏘나타 F24 GDi 쪽이 스포츠 성능을 좀 더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패밀리 세단을 지향하는 비슷한 성격의 차량들이니 일단 대상 선정은 문제없는 셈이다.
시승 코스가 돌문화공원 주차장에 임시로 마련한 것이고 길이도 1km 남짓이어서 정확한 평가는 힘들었다. 코스는 일반 주행 구간 500m, 지그재그로 주행하며 핸들링을 테스트하는 슬라럼 500m로 구성돼 있었는데 일반 주행 구간에는 과속 방지턱이 3개 있었다.
외부 디자인과 인테리어, 옵션은 운전석에 앉자마자 비교가 가능했지만 가속력이나 핸들링은 맛만 본 느낌이고, 고속안정성과 승차감 부분도 제대로 알기에는 절대 시간이 부족했다. 내구성이나 안전성은 어차피 시승을 통해서는 알 수 없지만 연료소비효율(연비)은 주최 측의 의지에 따라 비교가 가능하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쏘나타와 캠리에 장착된 타이어의 상태가 크게 달랐다. 한눈에 보기에도 캠리에 장착된 타이어의 마모 상태가 더 심했다. 타이어 마모 상태에 따라 소음과 핸들링 제동능력 등은 큰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행사를 마친 뒤에는 ‘쏘나타가 캠리에 못지않네’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과연 내가 정확히 비교한 걸까’라는 찜찜한 마음을 완전히 떨쳐내기도 어렵다. 한국인이라서 현대차의 편을 들어줬다는 게 아니라, ‘가격 대비 성능’을 염두에 두다 보니 처음부터 쏘나타에 우호적이었던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물론 타이어처럼 비교 포인트가 명확한 제품과 ‘종합예술품’에 가까운 완성차의 시승을 같은 선에 놓고 평가할 수도 없고, 현대차의 비교시승회가 이벤트 성격이었던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단순히 이슈를 만들기 위해 비교시승회를 여는 게 아니라면 해외 업체들의 꼼꼼하고 엄격한 행사 운영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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