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못받은 수출대금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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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7일 03시 00분


금융위기로 수입업자 파산 늘어 수출보험 지급금 2.4배↑

지난해 1월 미국의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서킷시티가 파산하면서 이 회사에 납품하던 삼성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 세 곳이 물품 대금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수출물량 전체에 대해 수출보험에 가입한 덕분에 서킷시티가 지급하지 못한 1305억 원을 한국수출보험공사(수보)에서 받을 수 있었다. 수보는 보험금을 지급한 뒤 채권을 넘겨받아 현재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인 서킷시티를 상대로 채권 회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의 음료수용 페트(PET)병 제조업체인 R사에 원료인 PET 칩을 수출하던 H상사 등 국내 3개 업체도 2008년 10월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 R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수출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R사가 제때 지급하지 않은 141억 원을 지난해 3월 수보에서 받을 수 있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수출을 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한 사례가 지난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보가 국내 수출업체에 지급한 보험금 규모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 지난해 보험금 지급 급증


16일 수보에 따르면 지난해 수보가 국내 수출업체에 지급한 보험금은 5207억 원으로 2008년(1519억 원)에 비해 243% 증가했다. 2000년 9901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수출보험 사고율(지급액/보험 가입액)도 지난해 0.32%로 2008년 0.13%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수출보험은 수출업자가 수입업자의 신용위험 등으로 대금을 받지 못해 생기는 손해를 보상해 주는 신용보험이다. 수보는 수출대금을 대신 지급하고 수입업자를 상대로 채권 추심을 진행한다.

지역별로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지역에서 사고가 크게 늘었다. 유럽에선 2008년 27건의 사고가 발생해 52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104건이 발생해 1282억 원을 지급했다. 특히 유가 하락의 영향을 받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지역에서 수입업체 파산이 이어지면서 보험금 지급 규모도 2008년 4억 원에서 지난해 881억 원으로 200배 이상 증가했다.

○ 올해 수출보험 수요 더 늘어날 듯

정부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금융 불안이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고 세계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늦어지면 국내 기업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수보가 손실을 줄인다는 이유로 수출기업들의 수출보험 가입을 보수적으로 받아들이면 수출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수보는 이와 관련해 적자경영을 하더라도 국내 기업의 위기 극복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보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기업의 수출 장려를 위해 비상경영 계획을 추진하면서 보험금 지급이 크게 늘었지만 거꾸로 회수금도 늘어 보험수지는 134억 원 흑자였다”면서 “수출보험의 특성상 경기 불황 시에는 적자경영을 하더라도 국내 기업들의 위기 극복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수보는 올해 국내 수출기업들은 △선진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한계 기업의 파산 가능성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가신용 리스크 △신흥국 수출경쟁 심화에 따른 신용리스크 증가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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