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의 새 기준금리가 될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연 3.88∼4.11%로 확정됐다. 이는 당초 은행권에서 추정한 3.5∼4.0%보다 높아 가산금리를 낮추더라도 대출자들이 체감하는 금리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은행연합회는 16일 첫 코픽스 금리를 이같이 공시하고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사용할 경우 대출금리는 각 은행이 코픽스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이르면 17일부터 코픽스 연동형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기존 대출은 새 상품 판매 시작일로부터 6개월 안에 수수료 부담 없이 한 번에 한해서 코픽스 연동 대출로 ‘갈아타기’를 허용하기로 했다.
○ 코픽스, CD 금리보다 높아
은행연합회가 이날 공시한 코픽스는 두 종류다. 1월 9개 은행이 새로 조달한 자금에 적용한 금리의 가중평균인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8%, 1월 말 조달자금 잔액에 적용된 금리의 가중평균인 ‘잔액 기준 코픽스’는 4.11%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했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19일 현재 2.88%)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은행들은 각각의 코픽스에 가산금리를 더하거나 두 가지 코픽스를 혼합한 뒤 가산금리를 얹어 대출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코픽스 연동 대출의 가산금리는 평균 2%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 CD 연동 대출의 가산금리가 3%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대출금리는 비슷하거나 0.1∼0.2%포인트 인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SC제일은행이 17일부터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적용한 ‘뉴퍼스트 홈론’을 판매한다. 이 은행 관계자는 “고객 신용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존 대출과 비교할 때 평균 금리가 0.1%포인트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외환은행과 기업은행도 이르면 17일,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코픽스 연동 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등 나머지 은행도 이달 코픽스 연동 대출을 시작할 예정이며, 보험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도 기준금리를 CD에서 코픽스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외에 신용대출이나 전세대출에도 코픽스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갈아타기 전 가산금리 따져야
첫 코픽스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결정됐지만 변동성이 CD 금리보다 낮은 만큼 대출자에게 이득이 없는 건 아니다. CD 연동 대출은 3개월 주기로 금리가 변동되지만 코픽스 연동 대출은 6∼12개월 단위로 바뀌는 까닭에 지금처럼 금리 인상 확률이 높은 시기에는 코픽스가 이자 부담을 낮추는 데 더 유리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이자 부담이 조금이라도 낮은 코픽스 연동 대출이 유리하지만 기존 대출자는 ‘갈아타기’ 전에 대출 약정을 맺을 때 적용됐던 가산금리부터 확인한 뒤 판단하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2008년 말 이전에 CD 연동 대출을 받은 사람 중에는 가산금리가 낮아 현재 연 4% 안팎의 이자를 부담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런 사례라면 굳이 코픽스 연동 대출로 갈아탈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작년에 대출을 받아 높은 가산금리가 적용돼 6% 안팎의 이자를 부담하는 사람들은 코픽스 연동 대출로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금리 상승 가능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코픽스 연동 대출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Cost of Funds Index):
전국은행연합회가 마련한 새로운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로 매달 15일 홈페이지(www.kfb.or.kr)에 공시한다. 9개 은행의 정기예금과 상호부금 등 8개 조달금리의 가중평균으로 산출한다. 지금까지 은행권에서는 주로 CD나 은행채 금리를 기준금리로 활용해왔다. 코픽스는 여러 조달금리를 평균한 것인 만큼 단일 조달금리인 CD 금리보다 변동성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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