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기업사냥꾼 중국 지난해 350억달러 퍼부어 자동차-자원-희귀금속 분야 거대 자석처럼 싹쓸이 인수
한국 기업엔 기회와 위기 삼성-현대차 등 현금 두둑 국내외 알짜기업 탐색 마치고 공격적 M&A 시도 채비
“지금과 같은 선진국 기업의 (가격) 저(低)평가는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까지 나서 국경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베인앤컴퍼니 이성용 대표)
글로벌 M&A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로 선진국의 우량기업이 전례 없이 싼 가격에 매물로 나온 데다, 지난해 투자 위축으로 돈을 쌓아둔 기업 또한 늘면서 세계 M&A 시장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기업 사냥’ 탐색전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 말 글로벌 컨설팅사 ‘언스트앤드영’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500개 주요 기업 중 1년 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할 계획이 있는 기업은 33%에 이르렀다. 이는 작년 초 조사 때의 응답(16%)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 중국, 세계 ‘기업 사냥꾼’으로 급부상
최근 글로벌 M&A 동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의 약진이다. 금융위기 여파에도 지난해 8.7%의 높은 성장세를 보인 중국 정부는 2조 달러(2300조 원)의 두둑한 현금으로 자국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최근 중국 지리자동차는 지난해 말 포드의 ‘볼보’ 브랜드를 인수한 데 이어 제너럴모터스(GM)의 ‘사브’ 인수 추진에 나섰다. 이에 앞서 중국 쓰촨텅중중공업은 GM으로부터 ‘허머’ 브랜드를 매입했다. 중국은 자동차 외에 에너지, 자원, 희귀금속 분야에서 저돌적으로 M&A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옌저우석탄은 지난해 호주 해외 M&A 사상 최대 규모인 26억 달러에 호주 자원개발기업 ‘펠릭스 리소스’를 인수했다. 지난해 중국이 성사시킨 최대 규모 M&A로 기록된 스위스 석유업체 아닥스 페트롤리엄 인수건은 80억 달러에 이르렀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무섭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의 대기업, 사모펀드가 자금 부족으로 저가 우량기업 인수에 나서지 못하는 사이 아시아·중동의 신흥국 기업들이 탄탄한 현금력을 무기로 글로벌 M&A 주인공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PwC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2008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350억 달러에 육박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 기업도 적극 나선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기업들에 기회인 동시에 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 진석용 책임연구원은 “최근 국내 기업 중에서도 드러나지 않게 해외 M&A를 검토하는 물밑 움직임이 많다”며 “미주, 유럽, 일본 지역의 핵심역량 보유 기업에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삼성, 두산 등 대기업들의 M&A 동향을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컨설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바이오시밀러를 신수종 사업으로 밀고 있긴 하지만 자체 기반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이라며 “결국 국내외의 관련 알짜기업 인수를 통해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 M&A에 소극적이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동유럽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폴란드의 대표적 가전기업 ‘아미카’를 인수한 바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작년 말 현재 12조 원의 현금 자산을 확보한 상태여서 이 같은 추측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자동차, 포스코 등도 각각 5조 원대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 박대준 상무는 “자원이나 녹색에너지 분야 관련 기업에 대한 M&A 시도가 지속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등 신흥국 해외기업들이 공세적인 인수 전략을 통해 급성장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상당수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및 자금력이 외국의 적대적 M&A에 취약한 상태”라며 “신흥기업의 성장 역시 한국 기업의 해외시장 입지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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