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해외플랜트 수주액은 463억 달러(약 52조8000억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1∼6월)에는 플랜트 발주가 연기되거나 아예 취소돼 수주액이 전년 동기보다 줄었으나 하반기(7∼12월) 중동 지역의 발주 확대 기회를 국내 기업들이 잘 활용하면서 이 같은 실적을 냈다. 올해는 사상 첫 해외플랜트 수주 500억 달러(약 57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
그러나 플랜트산업의 장기 발전을 위해서는 수주 시장과 주력 분야를 다변화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자금 조달) 능력 등 핵심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플랜트 수출은 지난해 전체 수주의 약 67%가 중동 지역에서 나오고, 설비별로는 오일·가스플랜트가 6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산유국의 대형 정유소와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치중한 모습이다.
한국플랜트산업협회는 이와 관련해 18일 ‘플랜트 수출 다변화 방안 및 신흥시장 수주구조 연구’ 보고서를 통해 “플랜트 수출을 2015년까지 1000억 달러 규모로 키우려면 중남미 시장과 ‘그린 플랜트’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프로젝트 파이낸싱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 플랜트 산업이 언제까지나 중동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며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실행하고 있고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꾀하고 있는 중남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지역 정부들은 선진업체들의 과점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 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에 유리한 면이 있다고 했다.
특히 “신흥시장은 발주처에 자금이 없는 경우가 많은 만큼 프로젝트 파이낸싱 능력이 사업 기회 창출로 이어진다”며 “현재 플랜트 시장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역량을 보유한 업체 위주로 수주 실적이 개선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해외 프로젝트 대부분은 자금조달 능력이 뛰어나고 경험이 많은 외국계 은행들이 대출은행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 은행들은 조달금리가 높고 해외 진출 수준이 낮아 프로젝트 정보 입수나 네트워크 구축에서 뒤처져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태양광 관련 사업이나 풍력발전 등 이른바 ‘그린 플랜트’ 분야가 플랜트 사업에서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분야는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에 진입해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 플랜트협회 측의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의 경우 앞으로 30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관련 산업은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10%대의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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