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발 국가부도위험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금액도 크지 않고 유럽연합(EU) 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국내총생산(GDP) 비중도 1%에 불과해 최악의 상황에도 형편이 괜찮은 국가들이 십시일반하면 별 문제없이 해결될 것 같다. 또 거론되고 있는 이른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재정적자가 국가부도 사태로 이어질 확률은 지극히 낮다. 문제가 되고 있는 나라들의 주 채권자가 EU 내의 서유럽 대형 은행들이란 점에서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정적자가 아니라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긴축정책이 시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긴축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경기부양 정책이 더는 지속될 수 없다는 의미이고 결과적으로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중국도 고민이 깊어간다. 1월 한 달 사이에 은행대출 증가가 2000억 달러로 지난해 4분기 전체 대출액을 넘어섰다. 본원통화(M1) 공급량도 39%나 급등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게다가 70개 주요 도시 1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11.3%에 이른다. 당연히 물가도 들썩인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5% 올랐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이후 서서히 강도를 높이고 있는 긴축 정책이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사실 재정적자는 미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지난해 말 재정적자는 GDP의 12.5%다. 연말까지 10% 안쪽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계획대로 될지 의문이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 세금이 더 걷히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재정문제로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을 대폭 축소하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할 수 없다. 또 물가 압력 때문에 제로금리 정책을 지속할 수도 없어 연방은행이 벌써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다만 1월 제조업지수가 개선됐고 실업률도 10% 이하로 떨어져 경기회복세가 힘을 받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도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의 재정적자가 11년 만에 최고 수준인 GDP의 5%로 뛰어올랐다. 2008년 1.5%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더욱이 장기간 저금리 정책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축적되고 있다.
아직 경기회복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아 통화긴축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하는 숙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거시경제 지표와 기업실적을 확인한 뒤에 하는 ‘후행투자’가 안전하다. 당분간 낮은 포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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