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리스 사태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상황인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재할인율을 전격적으로 인상했다. 글로벌 긴축 공포가 계속해서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주가가 제자리걸음에 그치는 이유이다.
미 연준이 11일 재할인율을 올리자 다음 달 16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에선 긴축 속도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재할인율 인상이 긴축의 출발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 그러나 확대해석은 금물이다. 신용경색이 해소된 상황에서 재할인 창구를 통한 긴급 자금조달은 이미 개점휴업 상태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금융정상화를 반영하는 정책으로 판단해야 한다. 다음 수순은 양적 완화정책 철회와 모기지채권(MBS) 매입 중단이다. 이 또한 연준의 출구전략 로드맵에서 밝힌 일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작 긴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책금리 인상과 연준 보유자산 매각은 올해 추진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긴축 공포와 더불어 시장을 힘들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경기 정점 논쟁이다. 경기선행지수가 정점을 향해 달려가면서 경기 고점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경기선행지수와 코스피의 과거 움직임을 살펴보면 선행지수가 고점을 통과할 때 주가도 고점을 통과하는 사례가 자주 있었기 때문에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선행지수의 정점 통과를 펀더멘털의 정점 통과로 해석하느냐다. 동시다발적 부양정책에 힘입어 경기가 빠르게 살아나면서 지표상 수치가 크게 개선됐다. 바닥 때 수치가 낮았기 때문에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를 두고 정점 통과를 거론하는 것은 자칫 수치상의 오류에 빠져들 수 있다.
앞으로 발표되는 경기지표는 비교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당연히 수치상 둔화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다. 지표상의 해석과 별개로 정말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실제 경기가 완연한 회복 국면에 들어섰고 정상적인 궤도에서 순항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웃 중국은 고속 성장을 걱정할 정도로 경기가 회복 단계를 넘어섰고 미국도 회복세에 들어섰다.
둘째, 경기가 고점을 통과하는 상황에서 긴축이 시작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통상적으로 긴축정책은 경기 회복과 확장 사이에서 시작된다. 경기가 고점에 임박했거나 고점을 통과했다면 통화정책은 긴축에서 중립으로 변해야 한다. 경기가 고점이라면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이 오판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글로벌 긴축이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다고 봐야 한다. 정부 주도의 경기회복에서 민간 주도의 경기확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베이스 효과로 인해 지표상의 둔화를 동반할 수 있다. 이를 경기의 고점 통과로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주에는 미국의 12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1월 기존주택 판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한국의 2월 소비자기대지수를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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