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합 걸림돌… 단일경제권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4일 03시 00분


EU대변인, 그리스 200억~250억 유로 금융지원설 부인

“그리스에 대한 지원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

아마뒤 알타파이 유럽연합(EU)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지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가)이 그리스에 200억∼250억 유로 규모의 금융지원을 할 것”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 이같이 공식 부인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EU 국가들의 그리스 지원 여부를 놓고 엇갈린 관측이 되풀이되면서 그리스 사태가 유럽 단일 경제권을 뒤흔드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 “그리스 사태는 이면(裏面)을 봐야 하는데, 거침없이 순항하던 유럽의 단일 경제권이 그리스를 계기로 분열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한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크게 휘청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거침이 없었던 EU의 통합은 그리스 사태로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리스본조약 비준을 끝내면서 EU는 경제통합체를 넘어 정치통합까지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리스 문제가 터진 뒤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11일 유로존 16개 회원국 정상들이 브뤼셀에서 모였을 때만 해도 그리스 지원책이 나오고 그리스 위기는 진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정상들은 그리스 지원에 원칙적 합의만 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내놓지 않았다. 일부 회원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호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회원국들은 유럽이 전적으로 구제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은 그리스가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울 책임이 있다”고 말했지만 에르키 리카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그리스가 재정적자 문제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

이서원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럽의 공조가 흔들린다는 것은 세계 경제에 차원이 다른 충격을 준다”며 “국제금융질서가 뿌리째 흔들리면서 한국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발 위기론’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그리스 공공부문에 대한 실망감도 담겨 있다. 최근 그리스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안을 발표하자 그리스 최대 노조인 노동자총연맹은 총파업으로 맞섰다. 16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그리스 지원안 발표 대신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요구했다.

재정부 차관 출신의 한 인사는 “한국은 위기가 닥쳤을 때 전 국민이 단합했지만 지금의 그리스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에 실패하고, 이어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 지원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종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유럽이 단일 경제권을 채택하면서 환율, 금리가 공통적으로 묶여 있다 보니 그리스 정부가 독자적으로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도 없어 어려움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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