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롯데,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2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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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재계 순위 5-6위 두 회사 모두 현금 풍부
대우조선-현대건설 M&A도 탄력붙을 듯


재계 순위 5위 포스코와 6위인 롯데그룹이 대우인터내셔널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재무구조가 튼실하고 현금이 많기로 소문난 두 그룹이 뛰어들면서 대어(大魚)급 매물로 꼽히는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에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전날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포스코, 롯데상사, 대우파트너스컨소시엄(DPC) 등 4곳이 의향서를 제출했다.

롯데라는 강력한 복병이 나타나긴 했지만 업계에서는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여전히 포스코를 꼽는다.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이 연초 “(인수대상 중) 시너지 효과가 높은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장 우선순위에 있다”고 자신 있게 밝혔을 정도로 장기간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자금은 두 곳 모두 풍부하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6조754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3조 원을 인수합병(M&A) 예비비로 책정했다.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50%+1주를 인수하는 데 드는 돈은 2조3000억∼2조6000억 원이다. 롯데도 현금성 자산이 3조5000억 원에 이르고 계열사들의 부채비율이 평균 50%에 불과해 외부 자금 동원력도 크다.

시너지 효과는 포스코가 롯데를 앞선다.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 생산한 철강제품의 해외 판매망을 넓힐 수 있고, 대우가 보유한 자원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다. 롯데는 계열사로 롯데상사가 있지만 이 회사의 규모로는 최근 펼치고 있는 적극적인 글로벌 전략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A 성공 경험은 롯데가 더 많다. 롯데는 바이더웨이, GS스퀘어백화점과 마트 등 지난해와 올해 경쟁이 치열했던 유통업계의 대규모 M&A 4건을 ‘싹쓸이’했다. 두 곳 외에 옛 대우그룹 관계자가 중심이 된 대우파트너스컨소시엄과 사모펀드 한 곳도 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인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올 들어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이 무산되고 대우건설 매각도 STX그룹이 발을 빼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에 입찰의향서가 대거 몰린 것은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해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눈치만 보던 대기업들이 지갑을 열면서 점차 M&A 시장에 온기가 돌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포스코는 이미 대우조선해양을 다음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현대건설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다. 캠코는 예비입찰과 본입찰을 거쳐 6월까지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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