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연지동 시대’ 개막… 현정은 회장 신사옥 숙원 풀어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금융 제외한 모든 계열사 입주
정주영-정몽헌 회장 기린 공간 마련
“역량 모으고 애사심 높일 구심점”

현대그룹이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마련한 새 사옥(아래 사진). 2001년 현대그룹의 상징이던 계동 사옥을 매각한 뒤 9년 만에 새 보금자리를 갖게 됐다. 새 사옥 동관 2층에 있는 고객접견실은 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생전 모습으로 내부를 꾸며 눈길을 끌었다(위 사진). 사진 제공 현대그룹
현대그룹이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마련한 새 사옥(아래 사진). 2001년 현대그룹의 상징이던 계동 사옥을 매각한 뒤 9년 만에 새 보금자리를 갖게 됐다. 새 사옥 동관 2층에 있는 고객접견실은 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생전 모습으로 내부를 꾸며 눈길을 끌었다(위 사진). 사진 제공 현대그룹
현대그룹이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본사 사옥을 마련해 본격적인 ‘연지동 시대’를 열었다. 현대는 2001년 종로구 계동 사옥을 현대자동차에 매각한 뒤 이렇다 할 그룹 사옥이 없었다. 올해로 취임 7년째를 맞는 현정은 현대 회장은 오랜 염원이던 신사옥 입주를 계기로 옛 현대그룹의 부흥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현대는 2일 연지동 사옥에서의 첫 업무 시작에 앞서 현대상선, 현대택배, 현대유엔아이, 현대투자네트워크 등이 1일 입주를 마쳤다고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현대경제연구원 등도 7일까지 이전을 마칠 계획이다.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만 여의도에 남고 그동안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 있던 나머지 계열사는 모두 연지동에 모이게 된 것.

현대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2001년 계동 사옥을 현대자동차에 매각한 데 이어 종로구 적선동 현대상선 사옥도 프랑스계 투자회사에 팔았다. 이후 주력사인 현대상선 등은 적선동 사옥을 임차해 써 왔다. 2005년 말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그룹 사옥으로 쓸 만한 빌딩 물색에 나서, 계동 사옥 매각 이후 9년 만에 ‘새집’ 마련에 성공한 것.

새 사옥은 터 1만1078m²(3400여 평)에 동관 12층, 서관 15층의 2개동으로 건물 면적이 5만2470m²(1만6000여 평)에 이른다. 현대는 2008년 11월 삼성카드 본사 사옥으로 쓰이던 이 건물을 1980억 원에 매입했다. 당초 작년 하반기 입주할 계획이었으나 삼성카드의 본사 이전 작업이 늦춰져 입주 시기가 올해 초로 미뤄졌다.

동관에는 현정은 회장의 집무실과 전략기획본부 등 그룹 핵심조직과 현대상선의 기획·관리 부서,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유엔아이, 현대투자네트워크 등이 입주한다. 서관에는 현대상선 영업 부서와 현대택배, 현대아산, 현대경제연구원 등이 들어선다. 동관 2층에 마련된 120석 규모의 대형 고객접견실은 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생전 모습과 업적, 어록 등으로 내부 벽면을 꾸며 눈길을 끈다. 서관에는 직원들이나 방문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모성 보호실도 마련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새 사옥은 각 계열사의 역량을 모으고 임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신사옥 입주로 흩어졌던 계열사들이 한곳에서 일하게 돼 업무협의가 원활해져 시너지 효과가 커지고 그룹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북사업 중단, 주력 계열사 실적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회장은 이번 신사옥 입주를 계기로 옛 현대그룹 부흥을 위한 공격적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현대건설 인수와 대북사업은 그룹의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확실한 신성장동력”이라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오랜 염원이기도 했던 북방사업도 올해부터 하나하나 결실을 맺을 수 있게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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