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65개사 개최… 19일에만 330社 몰려
금융위기 여진에 이슈 없어…신규사업 정관변경 잇따라
포스코-삼성전자-LG그룹 빠른 결정 위해 이사진 축소
올해 주주총회 시즌의 막이 올랐다. 이번 주총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어서 시장의 관심이 크다.
올해 주총의 키워드는 ‘정중동(靜中動)’으로 요약된다. 표 대결 같은 급박한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노력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 “올해 주총은 화두 없다는 게 화두”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765개사(유가증권시장 386개사, 코스닥시장 379개사)가 정기 주총 일정을 확정했다. 특히 19일은 330개사가 일제히 주총을 열어 ‘주총 데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대부분의 삼성 계열사와 LG전자 등이 이날 주총을 연다.
올해 주총 시즌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받은 2008년보다 전반적으로 기업 실적이 좋은 데다 큰 이슈가 없어 예년에 비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올해 주총은 화두가 없다는 게 화두”라며 “금융위기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어 외국인투자가들의 활동도 뜸하고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은 주주들의 질책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위해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태세이기 때문.
실제로 지난달 26일 코스닥 상장사인 한텍엔지니어링 주총에서는 지분 9.63%를 보유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정관 변경과 이사 및 감사 선임안 등 안건 대부분에 반대했다. 새 경영진의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같은 날 열린 KCC 정기주총에서도 PCA투자신탁운용이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했다. 국민연금도 올해 임기 10년 이상의 사외이사 연임에 반대의사를 밝히는 등 주주이익 수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 정관 변경 통해 대외여건 적응
일부 기업은 이사진 개편과 정관 변경으로 대외여건에 적응하려고 한다. 주요 대기업은 빠른 의사결정과 책임경영을 위해 이사회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포스코가 최근 정기 주총에서 15명이던 이사회 정원 한도를 13명으로 감축한 데 이어 삼성전자도 이사 수를 9명에서 7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LG그룹 주력 계열사들도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정원을 최소 2명 이상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대기업들은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신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경쟁력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2000년 인터넷 확산과 맞먹는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라며 “변화의 동력은 원자력, 2차전지, 무선인터넷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주총을 여는 한전KPS는 원전에서 발생하는 증기를 화학적으로 세정하는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방지시설업의 사업목적 승인을 요청했다. SK에너지는 2차전지 사업 승인을 요청했고 2008년부터 풍력발전 설비사업을 추진했던 삼성중공업은 발전기 제조, 판매, 설치, 수리, 단지건설 등을 정관에 추가했다. 다른 기업 주총에서도 이 같은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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