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실패 요인 옛 명성 안주-서비스 부족 트렌드 변화에도 둔감 상품 구색 못갖춰 고객
이탈
한국의 성공 요인 고객 성향 분석 타깃마케팅 홈쇼핑-온라인몰 함께 강화 열정-젊음-속도
‘연아式 경영
올해 1월 일본 유통회사 ‘세븐&아이홀딩스’는 도쿄 긴자(銀座)에 있는 세이부 백화점 유라쿠초 점을 연내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1980년대에 ‘패션 1번지’였던 이 백화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건 어쩌면 예정된 수순일지도 모른다. 일본 백화점 업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0.8% 줄어들면서 12년 연속 매출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 대목에서 한국 소비자들은 궁금해진다. 1970, 80년대 한국 백화점들은 19세기 신사유람단처럼 일본에 가서 일본 백화점의 상품 구색과 서비스를 통째로 베껴와 영업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한국 백화점도 향후 일본 백화점의 전철을 밟게 될까.
그 답은 ‘아니요’가 될 것 같다. 지난해 한국 백화점 업계는 사상 최대의 매출(21조5484억 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10.5% 성장했다. 세계 유통업계가 한국 백화점의 성장을 주목하고 있다. 앞서가던 아사다 마오 선수를 부단한 노력과 창조적인 상상력으로 훌쩍 넘어선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와 닮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계 백화점 순위에서 아직까진 앞서 있는 일본 백화점(미쓰코시 이세탄 홀딩스·6위)과 맹렬하게 추격 중인 한국 백화점(롯데백화점·10위)은 어떻게 다른가.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 겨울스포츠의 선전(善戰) 5대 요인을 ‘스피드(S.P.E.E.D)’로 요약했다. 장기적 시각의 투자(Sponsorship), 열정(Passion), 경쟁과 모방(Emulation), 인프라 확대(Environment), 방향 제시(Direction)가 제대로 융합해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는 것.
한국 백화점의 성장 요인도 이와 비슷하다. 일찍이 일본 유명 백화점들의 앞선 기술과 영업 전략을 벤치마킹해 ‘한국형 백화점’의 틀을 구축했다. 일본 백화점들이 디플레이션과 초고령사회라는 악재 속에서 투자 여력을 갖지 못할 때, 한국 백화점들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고객관리시스템(CRM)에 재투자했다. 세계적 수준인 한국 백화점의 CRM은 고객의 구매성향을 분석해 과학적 타깃 마케팅을 이끌고 있다.
일본 백화점이 저출산 고령화에 맞는 시장 개척에 미흡해 상품 구색이 구태의연하다면, 한국 백화점은 고객과 시대의 트렌드 변화를 따라잡겠다는 방향성과 열정을 갖췄다. 현대백화점은 ‘스테이 영(Stay young)’을 테마로 각 소비자 연령대를 고려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미쓰코시 백화점 관계자들이 감탄했을 정도로 직원들의 서비스 수준도 높다.
일본 닛케이유통신문(MJ)은 지난달 ‘한국 3대 백화점 대표, 일본에 제언’이란 기사를 크게 실었다.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은 일본 백화점의 향후 과제로 근본적인 비용 개선을 통한 수익 체질 향상을 조언했다. 일본 백화점이 오래된 매장과 인건비에 허덕이면서 오로지 경영 통합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이 사장은 “한국 백화점은 정보기술(IT)과 파트타이머 활용을 통해 전체 매출액에 대한 인건비 비율을 4%대(일본은 10%대)로 낮췄다”고 말했다.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은 중장년층을 위한 젊은 패션상품 강화, 박건현 신세계백화점 사장은 아이스링크 등 백화점 내 오락요소 등을 ‘훈수’했다.
‘한국 백화점을 배우자’는 열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 다큐멘터리 채널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은 3일로 개장 1년이 된 신세계 센텀시티점 특집 프로그램을 이달 중순 방영한다. 이철우 사장은 9일 일본소매협회 주최의 유통교류포럼에 한국인으로는 처음 초대받아 연사로 나서는 등 한국 백화점이 잇달아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럼 한국 백화점의 미래는 밝기만 할까. 전문가들은 온라인몰과 모바일쇼핑 등 신유통의 거센 공략을 향후 위기변수로 지목한다. 강한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겨울스포츠의 쾌거가 기업 경영에 주는 시사점’으로 당장의 성과에 조급해하지 않는 투자,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나타나는 이종(異種) 산업 간 퓨전식 사고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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