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경기 이천시 지산 포레스트리조트 스키장. 슬로프 한쪽에 스바루의 중형 세단 ‘레거시’ 3대가 들어섰다. 주말을 맞아 스키장을 찾은 사람들의 눈길이 일제히 쏠린 가운데 직접 2.5L급 중형 세단 ‘레거시’를 타고 가속페달을 밟아봤다. 스바루코리아가 4월 한국 진출을 앞두고 준비한 시승행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슬로프의 경사는 5∼10도. 하지만 언덕 위까지 무려 500m나 경사가 이어져 있어 웬만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는 미끄러지거나 중간에 눈에 빠져 진행이 불가능해 보였다. 참석자 시승에 앞서 눈길을 미리 점검한 일본인 레이서 고니시 시게유키 씨는 “영상의 기온 때문에 눈이 많이 녹아 미끄러지기 십상”이라며 “최소 시속 30km 이상의 속도를 내줘야 슬로프 끝까지 주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평지에서 시속 20km대로 천천히 출발하자 바퀴가 약간 헛도는 느낌이 들었다. 동승한 진행요원의 “풀 액셀!”이라는 다급한 외침을 듣고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차는 힘차게 앞으로 튀어나갔다. 언덕 끝에 거의 다다랐을 때 잠깐 방심한 틈을 타고 눈에 빠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풀 액셀’ 한 번에 문제는 해결됐다.
눈길 주행의 압권은 경사 22도 슬로프에서의 시승이었다. 차가 전복될 수도 있는 급경사여서 1997년 호주 월드랠리챔피언십 우승자인 프로 레이서 고니시 씨가 스바루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아웃백’의 운전대를 잡고 옆에 동승했다. 스키어들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눈빛으로 몰려들었다. 구경꾼들의 입에서 “어∼, 어∼” 하는 소리가 나오더니 불과 1분여 만에 차는 슬로프의 중턱 너머까지 약 500m를 치고 올라갔다. 돌아올 때는 심한 경사 탓에 물리적으로 차를 회전시킬 수가 없어 서서히 후진해 내려왔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스바루코리아 최승달 대표는 “스바루의 독창적인 4륜 구동 엔진은 눈길과 빗길 등에서 탁월한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며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길이 많은 한국의 지형여건에 스바루 차량이 딱 맞는다”고 설명했다. 스바루의 ‘수평대향형 복서 엔진’은 수직으로 피스톤이 움직이는 일반 차량과는 달리 피스톤이 좌우로 움직여 진동이 적고, 무게중심을 낮춰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경사나 코너가 심한 험로에서 운전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적합한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테리어만 놓고 봤을 때에는 동급의 국산차와 비교해도 썩 좋은 점수를 주긴 힘들었다. 또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도 극복해야 할 벽이다. 이날 최 대표는 “올해 최소 600대 이상을 한국에서 팔 것이며 임프레자 등 추가 모델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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