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전달보다 342억 달러 감소했다. 총보유액의 약 3.6%로 꽤 큰 규모다. 미국의 재정적자를 우려한 중국이 드디어 미 국채를 매도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이 달러 약세로 이어져 투매를 불러올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과 세계경제 침체 위험 때문에 각국이 그런 전략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맞부딪혀 왔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매도 포지션에는 좀 더 그럴듯한 이유가 덧붙여지면서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위안화 절상, 시장 개방 등 미중 양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에서 과거와 달리 양국의 대립 양상이 뚜렷해진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만남,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등으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이에 중국이 미 국채 매도로 맞서고 있다는 의견은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인다.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이 전체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 가운데 미국 자산의 비중을 줄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미 국채의 공격적 매도라는 형태보다는 오랜 기간 느린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 중국 정부가 우려할 만큼 미 국채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은 데다 극도로 위축됐던 민간부문 저축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직은 충분하지 않지만 미국 국민의 국채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일본에서 국내총생산(GDP)의 200% 이상의 국가채무를 지탱한 힘은 결국 일본 국민의 국채 수요였다.
둘째,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경제 상황도 나쁘기 때문에 마땅히 투자할 대상을 찾기도 어렵다. 최근 달러화 약세가 주춤해진 데서도 알 수 있다. 특히 채권 매입 대상으로는 유동성과 규모 면에서 미 국채를 대체할 만한 자산이 별로 없다. 원유 등 원자재를 사서 쌓아 놓는 데는 한계가 있다.
셋째, 중국 경제는 여전히 수출 지향적이다. 일자리 창출에 수출기업들의 역할이 여전히 크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직접 미국 등 글로벌 수요를 위축시킬 유인이 크지 않다.
향후 펼쳐질 상황을 놓고 이런저런 근거로 추측해도 정답을 얻을 확률은 높지 않다.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으로 볼 때 중국의 공격적 미 국채 매도와 글로벌 경제 침체를 연결짓기는 일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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